군사법원법 개정과 군 사법개혁, 그 기대와 우려

2022-0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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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 대표변호사[사진=법무법인 승전]

 
장병의 인권을 그 무엇보다 중대한 가치로 삼는 시대의 흐름과 빈발했던 군 범죄 피해자들의 자살 사고가 맞물려 그간 느리게 진행되던 군 사법개혁이 작년 급격하게 추진됐다. 그 결과 국회는 지난해 8월 본회의를 열어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올해 7월부터 시행하게 될 개정 군사법원법에서는 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사건 등을 군 검찰이나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수사·재판하도록 하고, 군단급 부대에 설치돼 1심 군사재판을 담당하는 보통군사법원 30여 개도 총 5곳으로 통폐합하고 소속도 각 군단급에서 국방부 직할부대로 바꾸도록 했다. 보통군사법원의 판결에 대한 항소심을 담당하던 고등군사법원도 폐지토록 했다. 하지만 이런 개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정을 통해 기대되는 변화와 여전히 아쉬운 부분에 대해 살펴본다.
 
보통군사법원의 축소
 
군단급 부대에 설치돼 1심 군사재판을 담당하는 보통군사법원 30여 개도 총 5곳으로 통폐합되고 소속도 각 군단급에서 국방부 직할부대로 바꾸도록 했다. 각급 부대가 전국에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서만 군사재판이 열리게 돼 여러 제약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있으나 이러한 결정은 궁극적으로 평시 군사법원의 완전 폐지로 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기존 군사재판을 보면 판결을 하는 판사, 기소를 하는 군검사, 때로는 변호를 하는 국선변호인이 모두 한 부대 소속인 경우가 있어 그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장 중요한 군판사 그리고 군사법원이 군검사와 그 소속을 달리하게 돼 적어도 이런 우려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등군사법원의 폐지
 
보통군사법원의 판결에 대한 항소심을 담당하던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그 기능을 서울고등법원이 담당하도록 했다. 현재 고등군사법원은 단 2개의 재판부로 모든 보통군사법원의 항소심을 담당하고 있어 심도 있는 심리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 또한 군사재판의 마지막 사실심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도가 상당하기에 마땅히 군의 영향이 없는 민간에서 사실심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금번 개정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만약 서울고법이 항소심 재판을 담당하는 경우에도 군 사건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군사 전담 재판부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군에서 빈발하는 범죄는 표면적으로 민간의 범죄와 차이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군만의 특수성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군이라는 집단이 계급이 존재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내무생활을 한다는 점, 그 상계급자와 하계급자가 사적으로는 계급과 상관없이 친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 만나기를 꺼리는 인원들과도 함께 생활해야 하는 특수 상황에 있다는 점, 관련자들이 대부분 20대 초반 혈기왕성한 남성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야 사건의 실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성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과 재판권 이관
 
현재 군사법원은 군인의 모든 범죄에 대한 전속 재판권을 가진다. 하지만 개정 군사법원법은 강간 등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망사건, 군인 신분 취득 전 범죄에 대한 재판권과 그에 대응하는 수사권을 민간 법원과 민간 수사기관이 갖도록 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군이 남성 위주의 집단으로서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한 것으로, 최근 사회적 공분을 산 성범죄 피해 여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대응 입법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유사 사건 해결에 혼란을 초해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군 내부 범죄가 민간 범죄와 다른 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부대 혹은 같은 집단 소속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군은 그간 가해자의 보직해임, 부대 전출 등을 통해 무엇보다 먼저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를 시행했다. 여중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원인은 이러한 분리 조치와 법률과 규정에 따른 보호 조치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군 수사기관이 그리고 군 사법기관이 무능하고 부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특정 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재판권을 박탈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제 군 사건을 담당하는 민간 수사기관은 수사 과정에서 군의 협조를 얻을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큰 혼선이 발생해 오히려 피해자를 보호하는 우선적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편 민간에서는 동성 간 성범죄가 그 비율상으로 드물지만 군에서는 동성 간 성범죄 비율이 매우 높다. 이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참고인까지 모두 내무생활을 하는 병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 민간 수사관이 직접 당사자가 있는 부대를 방문해 조사를 하게 될 것인데 과연 수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여러 범죄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도 문제다. 개정법에 따르면 성범죄는 민간이 수사하고 재판을 할 것이고, 나머지 범죄는 군에서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데, 이렇게 되면 하나의 사건을 매우 어색한 방법으로 분리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어서 실무적이나 재판 결과적으로 혼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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