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있는 기자님은 손을 들어주세요.”
“저기 셋째 줄에 앉은 A기자님이 손 드셨네요. 소속과 성함을 밝히고 질문해주세요.”
지난 7일 메타(전 페이스북)가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연 기자 간담회 현장. 메타의 발표가 끝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세션이 이어졌다. 얼핏 보면 호텔이나 콘퍼런스룸에서 진행되는 일반적인 기자간담회와 다를 게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와 기자들은 각자 다른 공간에 있었다. 원격으로 메타의 사업 계획, 전략을 듣고, 기자들이 질문할 수 있었던 건 ‘메타버스’ 덕분이다.
이날 메타가 개최한 간담회는 가상 회의실인 ‘호라이즌 워크룸’에서 열렸다. 호라이즌은 메타가 2019년에 선보인 VR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메타의 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쓰고 호라이즌 워크룸 속 회의장에 접속했다. 부채꼴 모양에 계단식으로 된 대학 강의실 같은 공간이 기자들을 맞이했다. 연단엔 메타 한국 법인의 정기현 대표와 VR 아티스트 염동균 작가의 아바타가 서 있었다. 10여명 정도 되는 기자들은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의 발표를 들었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가끔 소리가 끊기긴 했으나 소통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오큘러스 리모트 데스크톱’이라는 프로그램을 노트북에 설치하면, 호라이즌 워크룸 속에 자신의 노트북 화면이 연동돼 가상공간에서도 동일하게 타자를 치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가 있어야 한다는 건 장벽이었지만, 호라이즌 워크룸을 회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질문을 하기 위해 오큘러스 퀘스트2의 컨트롤러를 쥐고 손을 드니, 그 모습을 본 박상현 메타 한국법인 이사가 기회를 줬다. 가상공간 속 아바타는 내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했다. 강의실 주변을 둘러보면 아바타도 똑같이 두리번거렸다. 기사 작성을 위해 노트북으로 자판을 누르는 모습까지 따라했다. 머리카락과 피부색, 이목구비, 신체 크기, 옷 등 다양한 옵션을 조합해 원하는 모습으로 아바타를 바꿀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에서 사람들이 각박한 현실세계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가상공간 ‘오아시스’에 더 오래 머무르는 것처럼, 가상세계가 또 하나의 일상이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메타는 최근 미국, 캐나다 지역에 이용자 스스로 가상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를 출시했다.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처럼 창작자들이 가상세계를 만들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메타버스 생태계다.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의 활성화를 위해 1000만 달러(약 118억원)를 창작 생태계에 투자하고, 콘텐츠 경진대회, 창작 도구 활용 교육, 개발자 자금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VR, 메타버스가 아직 게임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예술과 교육, 업무, 여가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박상현 메타 한국법인 이사는 호라이즌 월드에 대해 “메타버스 안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다양한 표현 방식과 일종의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메타가 지난해 10월에 출시(한국은 2021년 2월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2는 그동안 출시된 VR 기기 중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제품으로 손꼽힌다. 메타가 2014년 23억 달러(약 2조5000억원)를 들여 인수한 VR 헤드셋 업체 ‘오큘러스 VR’이 개발했다.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글로벌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섰고, 한국에서도 출시 3일 만에 1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전작보다 가격이 100달러 이상 낮아진 299달러(128GB, 한국 판매가 41만4000원)에 책정된 게 결정적인 요소다. 무게가 가벼워지고, 무선으로 이용이 가능해진 점도 이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현재 약 1000만대 가까이 판매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가 50억명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VR 기기의 판매량이 1000만~3000만대까지 늘어날 경우 메타를 포함한 메타버스 기업들이 염원하는 생태계는 더 빠르게 확장될 전망이다. 전 세계 1호 스마트폰이던 애플 아이폰의 경우, 출시 후 1년 만에 전 세계 판매량이 1000만대를 넘어섰다. 이후 수많은 개발자가 애플 생태계에 참여해 다양한 앱을 쏟아냈고, 아이폰의 이용 가치가 향상되면서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연결됐다. 이를 활용해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들도 등장했다.
정기현 대표는 “메타버스 시장은 디바이스 측면에서 허들이 존재한다. (메타버스 시장이 성장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디바이스의 착용감이 편한지, 무게는 가벼운지 등의 요소”라며 “메타버스 콘텐츠 확보에 앞서 디바이스가 시작점이다. 오큘러스 퀘스트 2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와서 많은 사람이 이용했다”고 말했다.
염동균 작가는 “이전에는 다른 회사의 VR 기기가 있었는데 굉장히 고가였고, 센서를 켜고 데스크톱·노트북이 필수로 요구되는 등 물리적인 제약이 많았다”며 “오큘러스가 보급되면서 VR 기기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나오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타는 VR·AR 기기를 개발하는 연구조직 ‘리얼리티 랩스’를 지난해 설립해 제품 개발에 올해 100만 달러(약 11억8600만원)를 투입했다. 내년에 프리미엄급 VR 기기인 ‘프로젝트 캄브리아’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실세계 위에 AR 콘텐츠를 볼 수 있는 AR 안경 ‘프로젝트 나자레’도 개발하고 있다. 이는 5㎜ 두께의 렌즈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프로젝터, 스피커, 매핑 센서 등이 탑재된 게 특징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나자레에 대해 “전 세계 최초의 완벽한 AR 안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는 앞서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사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안경 ‘레이밴 스토리즈’를 출시했다.
메타는 VR 기기 보급 확대를 위해 미국에서 오프라인 매장 설립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C)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애플의 애플스토어 같은 소매 판매 매장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리얼리티 랩스에서 제작하거나 개발하고 있는 VR 기기, AR 안경 등을 판매하거나 방문자들이 메타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NYT는 메타의 소매점에 대해 “미래의 디지털 세계인 메타버스로 가는 관문”이라며 “매장의 목표는 세상을 더 개방적이고 연결돼 있게 만드는 것이다. 호기심, 친밀감, 환대받는 느낌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저기 셋째 줄에 앉은 A기자님이 손 드셨네요. 소속과 성함을 밝히고 질문해주세요.”
지난 7일 메타(전 페이스북)가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연 기자 간담회 현장. 메타의 발표가 끝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세션이 이어졌다. 얼핏 보면 호텔이나 콘퍼런스룸에서 진행되는 일반적인 기자간담회와 다를 게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와 기자들은 각자 다른 공간에 있었다. 원격으로 메타의 사업 계획, 전략을 듣고, 기자들이 질문할 수 있었던 건 ‘메타버스’ 덕분이다.
현실과 같은 가상공간 ‘메타버스’,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메타버스란 현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을 가상세계에서 동일하게 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계를 기초로 하면서도, 물리적 제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2019년 5G 상용화,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의 발전으로, 메타버스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집합 금지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분석에 따르면 메타버스 근간 기술인 VR·AR 시장은 2019년 455억 달러(약 53조7500억원)에서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180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날 메타가 개최한 간담회는 가상 회의실인 ‘호라이즌 워크룸’에서 열렸다. 호라이즌은 메타가 2019년에 선보인 VR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질문을 하기 위해 오큘러스 퀘스트2의 컨트롤러를 쥐고 손을 드니, 그 모습을 본 박상현 메타 한국법인 이사가 기회를 줬다. 가상공간 속 아바타는 내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했다. 강의실 주변을 둘러보면 아바타도 똑같이 두리번거렸다. 기사 작성을 위해 노트북으로 자판을 누르는 모습까지 따라했다. 머리카락과 피부색, 이목구비, 신체 크기, 옷 등 다양한 옵션을 조합해 원하는 모습으로 아바타를 바꿀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에서 사람들이 각박한 현실세계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가상공간 ‘오아시스’에 더 오래 머무르는 것처럼, 가상세계가 또 하나의 일상이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메타는 최근 미국, 캐나다 지역에 이용자 스스로 가상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를 출시했다.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처럼 창작자들이 가상세계를 만들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메타버스 생태계다.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의 활성화를 위해 1000만 달러(약 118억원)를 창작 생태계에 투자하고, 콘텐츠 경진대회, 창작 도구 활용 교육, 개발자 자금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VR, 메타버스가 아직 게임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예술과 교육, 업무, 여가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박상현 메타 한국법인 이사는 호라이즌 월드에 대해 “메타버스 안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다양한 표현 방식과 일종의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성장의 필수조건, ‘VR 기기 보급 확대’
다만 메타버스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려면 메타버스 콘텐츠를 실감나고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VR, HDM(머리 부분 탑재형 디스플레이) 기기의 보급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무리 잘 만든 3D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PC와 스마트폰으로 이를 감상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메타가 지난해 10월에 출시(한국은 2021년 2월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2는 그동안 출시된 VR 기기 중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제품으로 손꼽힌다. 메타가 2014년 23억 달러(약 2조5000억원)를 들여 인수한 VR 헤드셋 업체 ‘오큘러스 VR’이 개발했다.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글로벌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섰고, 한국에서도 출시 3일 만에 1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전작보다 가격이 100달러 이상 낮아진 299달러(128GB, 한국 판매가 41만4000원)에 책정된 게 결정적인 요소다. 무게가 가벼워지고, 무선으로 이용이 가능해진 점도 이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현재 약 1000만대 가까이 판매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가 50억명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VR 기기의 판매량이 1000만~3000만대까지 늘어날 경우 메타를 포함한 메타버스 기업들이 염원하는 생태계는 더 빠르게 확장될 전망이다. 전 세계 1호 스마트폰이던 애플 아이폰의 경우, 출시 후 1년 만에 전 세계 판매량이 1000만대를 넘어섰다. 이후 수많은 개발자가 애플 생태계에 참여해 다양한 앱을 쏟아냈고, 아이폰의 이용 가치가 향상되면서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연결됐다. 이를 활용해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들도 등장했다.
염동균 작가는 “이전에는 다른 회사의 VR 기기가 있었는데 굉장히 고가였고, 센서를 켜고 데스크톱·노트북이 필수로 요구되는 등 물리적인 제약이 많았다”며 “오큘러스가 보급되면서 VR 기기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나오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타는 VR·AR 기기를 개발하는 연구조직 ‘리얼리티 랩스’를 지난해 설립해 제품 개발에 올해 100만 달러(약 11억8600만원)를 투입했다. 내년에 프리미엄급 VR 기기인 ‘프로젝트 캄브리아’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실세계 위에 AR 콘텐츠를 볼 수 있는 AR 안경 ‘프로젝트 나자레’도 개발하고 있다. 이는 5㎜ 두께의 렌즈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프로젝터, 스피커, 매핑 센서 등이 탑재된 게 특징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나자레에 대해 “전 세계 최초의 완벽한 AR 안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는 앞서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사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안경 ‘레이밴 스토리즈’를 출시했다.
NYT는 메타의 소매점에 대해 “미래의 디지털 세계인 메타버스로 가는 관문”이라며 “매장의 목표는 세상을 더 개방적이고 연결돼 있게 만드는 것이다. 호기심, 친밀감, 환대받는 느낌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