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잠행을 이어가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등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명·낙(이재명·이낙연) 대전의 중심에 섰던 이 전 대표는 '여권 후보 교체론 1순위'로 거론됐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 원팀에 힘을 보탤 경우 이 후보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新복지위 출범식 참석···與 원팀 분수령
'신복지'는 이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다. 이 전 대표 측근인 박광온 의원과 김연명 전 청와대 사회수석이 신복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찻집에서 이 전 대표와 경선 종료 이후 처음으로 회동하고 신복지 정책을 후보 직속 선대위 제1위원회를 통해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당내에서는 양측 간 회동으로 민주당 원팀 구성 우려가 불식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전 대표가 잠행을 이어가며 이른바 '명·낙 갈등'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두 후보는 경선 기간 내내 갈등 구도를 형성했다. 이 전 대표는 후보 확정 직전이었던 지난 10월 6일 신복지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한 자리에서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특혜 의혹을 겨냥해 "검찰과 경찰이 이 사건을 어정쩡한 선에서 봉합하려 한다면 예상치 못한 사태로 번질지도 모른다"며 신속한 검찰 수사를 주문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된 이낙연 '호남 역할론'
이 밖에도 이 전 대표는 경선 내내 "검증이 끝난 후보, 도덕성에 흠이 없는 후보가 대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9월 16일 광주시의회 기자회견),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 정말 괜찮으냐"(9월 25일 광주·전남 경선), "(저라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초과이익이 예상된다거나 만약에 생길 경우 이를 환수하는 장치를 붙였을 것 같다"(9월 30일 TV토론회) 등 이 후보를 향한 거친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이 후보는 "이낙연 후보님께 부탁드린다. 구태 보수언론과 부패 보수야당의 음해적 정치 공세에 편승하지 마시라"(9월 21일 페이스북 글), "민주당 후보로서 국민의힘을 공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9월 30일 TV토론회)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측 간 갈등은 이 후보 선출 이후 이 전 대표가 경선 불복을 선언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 선출 하루 만인 지난 10월 11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중도 사퇴 경선 후보의 득표를 무효표 처리한 데 대한 이의 제기를 담은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이 전 대표는 이의 제기 이틀 만인 13일 승복을 선언했지만 이튿날 캠프 해단식에서 "오만하면 안 된다. 지지한 국민을 폄하하면 안 된다" "제 마음에 맺힌 것이 있다. 그것을 이 정도로만 표현하겠다"며 당 지도부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가 지난달 29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전남 영광을 방문했을 때 등판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끝내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당 안팎에서 '호남 역할론'을 부여받은 이 전 대표의 등판이 임박함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양강 주자 지지율도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