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등은 올해 4분기 홍콩 IPO 시장 규모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중국 당국의 규제 속 빅테크(중국 대형 기술기업)의 상장 부진과 홍콩 증시 'IPO 대어'로 손꼽히던 중국 간판 면세점 기업인 중국중면(中國中免, 차이나듀티프리(CDF), 601888, SH)의 돌연 상장 연기, 기대주의 주식 공모금액 축소 등 여파 탓이다.
구체적으로 중국 간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상탕커지(商湯科技·이하 센스타임)의 공모 금액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센스타임은 6일 최대 59억9000만 홍콩달러(약 9053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애초 시장 예상치인 20억 달러(약 2조358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센스타임은 중국 인공지능(AI) 네 마리의 용 가운데 '1호 상장사'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으나 중국 당국의 규제로 투심이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네 마리의 용은 각각 센스타임과 이투커지(依圖科技·이투), 쾅스커지(曠視科技·메그비), 윈충커지(雲從科技·클라우드워크)를 가리킨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중면도 지난 3일 밤 공시에서 홍콩 증시 상장 계획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중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자본 시장도 위축된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사실상 중국 규제 여파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홍콩 주식 투자 '엑소더스'가 이어진 점도 홍콩 증시 IPO 급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중국 빅테크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던 홍콩 증시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판단, 투매 물량이 쏟아지는 것이다.
이는 홍콩 증시에 신규 상장하는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홍콩에서 IPO를 완료한 73개 기업 중 80%가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떨어졌으며, 상장 이후 평균 주가 낙폭만 15%에 달했다.
중국 게임업체 넷이즈 산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왕이윈뮤직(網易雲音樂·09899.HK)이 대표적이다. 상장 첫날인 3일 왕이윈뮤직 주가 낙폭만 2%에 달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홍콩증시가 올해 글로벌 IPO 3위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흥행에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3위를 기록했지만, 4분기 들어 IPO 가뭄이 이어진 탓이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1월 초까지 홍콩 증시에서 IPO로 조달한 금액은 378억 달러(약 44조원)로, 미국 나스닥·뉴욕증권거래소(NYSE),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다음으로 4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