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롤러코스터 장세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1월 30일 장 막판 2822까지 밀리며 바닥없는 하락세를 보였다면 12월의 첫날인 1일 장중 2900선을 회복하는 등 급등락 장세를 연출했다. 특히 이날은 그간 부진했던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대거 오르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기우라고 말한다. 오히려 실적 전망이 좋은 우량 기업들을 매수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우선주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카카오뱅크(-0.61%)를 제외하고 9개가 올랐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들의 상승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11월 우리나라 수출액이 처음으로 월간 6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수출 호조는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 상향으로 이어지는 만큼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기금의 자금 집행과 전날 지수 하락폭이 컸던 만큼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것도 이유로 보고 있다.
김희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조업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수출은 고공행진 중이어서 균형 잡힌 품목 포트폴리오 속에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견조하다”면서 “2~3분기 수출 호조는 단가 상승이 주효했다면 4분기 들어서는 물량 증가가 수출 동력으로 부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산업 회복과 인프라 투자 확대 효과는 이제 초입에 있다”면서 “오미크론 불확실성을 소화한 후 물량 증가가 수출 호조세를 이끌 전망”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4.3% 상승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코스피 시총 비중은 20%에 달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얼마나 오르냐에 따라 코스피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7만4800원까지 오르며 그간의 부진을 씻었다.
반도체 관련 업체들도 상승세를 탔다. 반도체 설계업체인 제주반도체가 8%대 올랐고,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티엘아이도 8%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또한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시그네틱과 네패스 등도 7%대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 컸다. 이날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 461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391억원, 30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도 장중 11만7500원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개인과 외국인은 337억원, 17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3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둔화 및 서버 판가 압박에 반도체 공급사들의 경영 전략은 보수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올해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선두 업체의 설비투자 조기 집행을 끝으로 우려 요인은 대부분 해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가는 통상 바닥 구간에서 W자로 반등해왔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선두업체들이 보수적인 투자 및 수익성 위주 경영정책에 나설 수 있어 공급과잉에 따른 메모리 가격 하락 압력도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현대차와 기아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에서 벗어나면서 각각 2.81% 4.37% 오르는 등 강세를 보였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저평가 상태에 있는 만큼 매도보다는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는 게 오히려 현명한 판단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오미크론 이슈에도 결국 성장하는 기업들은 있고 가격은 더 내려가고 있어 성장이 확실하고 숫자까지 보이는 기업들 위주로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도하게 저평가된 경기 민감 대형주와 소비재 관련주도 점진적으로 모아가면서 다음 반등을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힘든 구간이지만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한국 증시의 저가 매력은 높아졌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구간에서 비중 축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