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정보 제공 사이트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21곳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TSMC를 비롯해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이스라엘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 등이 자료를 냈다. 제출 자료는 일반인 공개와 비공개를 선택할 수 있는데, 21곳 중 13개사가 공개를 선택했다
◆주요 기업들, '민감한 정보' 최대한 미공개
앞서 미 정부는 지난 9월 24일 반도체 주요 기업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공급난 해결을 위해 자체 조사를 하겠다는 이유로 “45일 내로 반도체 재고와 고객사 등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출 시한은 11월 8일(현지시간)이다.
주요 기업들은 거래처 정보 등 민감한 정보는 최대한 공개하지 않은 채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자료를 제출한 기업은 타워세미컨덕터와 대만 반도체 패키징·테스트업체인 ASE, 대학교인 UC버클리 등이 있다.
특히 타워세미컨덕터는 제품별 최대 고객사 3곳을 묻는 항목에 대해 “당사는 나스닥 상장 기업으로서 해당 정보를 밝힐 수 없다”며 업체명 대신 산업군으로 적었다. 자사가 생산한 반도체가 특정 기업에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과 와이파이 산업 등에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타워세미컨덕터는 제품별 재고와 최근 판매량 등 문항은 아예 공란으로 비워두고 자료를 제출했다.
TSMC와 마이크론은 비공개 형태로 자료를 제출했지만, 타워세미컨덕터와 마찬가지로 영업상 비밀유지 조항에 저촉되거나 민감한 내부 정보는 제외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보 제출 '수위 조절' 막판 고심
이를 고려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현재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채 막판까지 공개 수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도 다른 기업과 비슷한 수준에서 곧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자전 2021’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반도체 정보 제출 요구에 대해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차분히 잘 준비하고 있다”며 숙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했을 경우, 고객사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최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방향을 고려할 것”이라며 “최근 격화하고 있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도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는 9일부터 사흘간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문 장관은 방미 기간 한·미 간 산업·에너지 협력 강화와 철강·반도체 등 현안 대응을 논의할 계획이다.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미 반도체 공급망 협력 방안과 함께 이번 자료 제출 건에 대한 미국 측의 협조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