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는 경제 개발, 부동산 개발, 주택 기회를 보장하며, 다양한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도시부동산 연구단체인 ULI는 최근에 인프라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대상은 ULI의 전 세계 도시부동산 전문가 회원 338명이다. 미국 회원이 232명, 미국 외 국가 106명이다. 관련 시사점을 정리해보자.
가장 열악한 품질 평가를 받은 인프라는 적절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한 주택으로 나타났다. 즉 보조금 주택, 지역 평균소득의 80% 이하 계층을 위한 주택, 사회적 주택 등을 말한다. 선택옵션도 부족하고, 분양과 임대 주택의 품질이 열악하다는 평가다. 그다음으로 전기차 충전소, 커뮤니티센터, 대중교통, 어린이 보육시설과 유치원 등이 열악하다. 반면 대학교, 스타디움과 여가시설, 민간 의료시설, 공항과 항구, 공원과 공원길, 물류 네트워크 등은 높은 품질 평가를 받았다.
향후 5년간 투자해야 할 도시 인프라의 1순위로 응답자 66%가 적절한 가격의 주택 공급을 들고 있다. 그 뒤를 기후변화 채택과 완화, 신재생과 녹색에너지 확대, 기존 인프라 유지, 대중교통, 탄소 줄이는 인프라, 브로드밴드, 보육시설, 보행자 인프라, 불공정 불평등, 자전거 교통, 전기차 충전소 등을 들고 있다. 투자 우선순위가 낮은 인프라는 경기장 및 엔터테인먼트 장소, 자동차 도로, 물류와 택배 네트워크, 건강시설, 공원과 공원길, 전기 그리드 등이다.
인프라 투자자금 조달 원천으로는 국가와 연방 정부 예산(63%)과 민간자본(50%)으로 응답하면서, 강력한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지금 필수 인프라는 공공·민간 구분 없이 마중물로 선행투자를 하여 상대의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뉴노멀이 되고 있다. 향후 인프라 투자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주택구매 가능성, 재택근무 같은 코로나19로 생긴 변화, 기후위기, 인종적 사회적 불평등 해결, 15분 동네 개념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인프라 우선순위는 출산율 증가와 관련된 적절한 가격의 주택 공급과 어린이 보육시설이다. 살 집이 없으면 결혼을 못 하고, 결혼하더라도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맡아줄 보육시설이 부족하기에 출산하기 힘들다. 전 세계적으로 공공주도의 주택 공급은 공공 토지와 재원의 한계로 인해, 민간이 주택 공급을 주도한다. 정부는 주로 민간주택 공급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친다.
역세권 용적률 완화는 땅 가진 지주만 배 불리고 있다. 이미 용적률 이상으로 땅값이 올라 토지를 구매하여 주택을 공급하기가 어렵다. 사업을 하더라도 신고가 아파트만이 가능하다. 적절한 가격의 주택은 아예 들어갈 틈도 없어, 멀리 떨어진 교외로 내몰린다. 따라서 용적률 완화를 역세권에 국한하지 말고, 주택이 필요한 도시 전체로 확대하여 대량의 주택 공급으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주택이 절대 부족한 지역에서 주거 1~3종으로 묶는 제도는 과거의 지식에 기반한 것으로 지금은 비현실적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인프라도 중요하다. 미국 보스턴은 차가 많이 몰리던 도심 전체의 도로와 주차장을 아예 대폭 줄였다. 대신 도로 한복판을 일상으로 걷는 공원길로 바꾸었다. 대중교통을 확대하고, 자전거 전용 도로를 늘려 건강한 도시를 만들었다. 건물은 주차장을 안 짓는 만큼 주택을 더 공급할 수 있고, 도심 유동인구도 30%가 더 늘어 상가와 문화시설이 북적인다.
태양에너지 생산을 위해 숲과 산을 파헤쳐서 태양광 판넬을 설치하는 것은 탄소를 더 배출하는 짓이다. 건물의 옥상은 물론 외벽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글로벌 친환경 흐름이다. 신도시와 관련한 자동차 도로 개설은 환경 파괴이기에 글로벌 인프라 순위에서도 낮게 평가한다. 주택 공급은 기존 도시와 도시 가장자리에 추가 전철역을 만들어 고밀도 개발로 해야 한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인프라 투자 우선순위가 없으면 불필요한 예산만 늘리고, 경제에 부담을 주며, 미래 세대에게 빚만 남겨준다. 우리의 인프라 투자 1순위는 출산율을 올리는 적절한 가격의 주택과 보육시설을 도시에서 확보하는 것이다. 객관적 투자 우선순위를 정해 재원을 집중하는 지혜로운 방향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