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설거지론’·‘퐁퐁단’ 논란 갑론을박...한국판 인셀일까

2021-10-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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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 갈등처럼 보이는 신조어들...알고보면 '여성 혐오'

"젠더 갈등 많아지면서 변형된 새로운 비하 표현 나와"

사회 문제 배경될 수는 있지만...특정 집단 일반화는 안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설거지론'과 '퐁퐁단' 등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 신조어들은 젠더 관련 이슈의 연장선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설거지론과 퐁퐁단 등에 관한 글이 쏟아지는 중이다. 지난 24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본인 SNS를 통해 “설거지론이 뭐냐, 여기저기 논쟁 중이다. 나도 나이가 먹어서 이제 못 알아듣는 이야기와 표현이 늘어난다”며 관심을 표했다.

설거지론이란 식사 후 식기를 씻어 정리하는 설거지와 논하다를 의미하는 한자 '론'(論)의 합성어다. 이 신조어는 결혼 전 연애 경험이 많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연애 경험이 적으면서 더 나은 경제 조건을 갖춘 남자와 결혼한다는 여성 혐오적 의미를 품고 있다.

한 누리꾼은 아내에게 경제권을 주면서 외벌이로 경제 활동을 맡은 기혼 남성을 설거지론에 빗대며 “주는 만큼 사랑과 대우를 받지 못하는 남편”이라고 폄하했다.

설거지론에서 비롯된 ‘퐁퐁단’이라는 혐오 표현도 등장했다. 설거지를 할 때 사용하는 주방세제 브랜드 ‘퐁퐁’과 단체·조직·그룹 등을 뜻하는 '단'(團)의 합성어인 퐁퐁단은 퇴근 후 집에서 설거지 등 가사 노동을 분담하는 기혼 남성을 비하하는 단어다.

일부 누리꾼들은 유명 기업들이 모인 한 도시를 ‘퐁퐁시티’로 부르며 “설거지하는 퐁퐁이와 그 가족들인 퐁퐁단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곳”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낮에 브런치를 먹고 있는 아내들의 남편이 바로 설거지론의 주인공인 퐁퐁남이다”라고 힐난했다.

이 같은 신조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기혼 남성 중에는 일정 부분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직장인이 모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이용자는 “남자 직원이 더 많은 회사라 (이러한 사례가) 지인 중에도 꽤 있고 어떤 느낌인지 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불편한 사실이지만 말 그대로 존재하는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퐁퐁시티로 언급된 지역 거주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해당 단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정상적으로 연애하고 집을 사들인 사람들 비난하면서 정신승리하는 글”이라며 반박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독박육아, 독박벌이처럼 거부감이 있고 갈등을 조장하는 신조어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고 힘든 생활을 이겨내는 것이 삶인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단어는 남·남 갈등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 자체로는 여성 혐오가 담겼다. 젠더 갈등이 많아지면서 포털 등이 혐오 표현에 대응하자 자꾸 변형된 새로운 비하 표현이 나오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각에서는 이러한 젠더 갈등이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매체 BBC는 “최근 연애의 실패와 좌절에 대한 분노, 증오의 감정을 인셀 관련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셀(incel)은 '비자발적인'이란 뜻의 영단어 '인볼런터리'(involuntary)와 독신주의자 또는 성관계를 하지 않은 사람이란 의미의 '셀리베이트'(Celibate)의 앞글자들을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BBC는 2014년 미국 샌타바버라시립대 학생이었던 엘리엇 로저가 여성들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6명을 살해한 사건을 소개하면서 사회 문제를 지적했다. BBC는 “인셀 문화와 과잉 민족주의, 반페미니즘 모두 집단 유전학의 관점에서 세계를 보고, 인종차별적 편견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를 '정치적 올바름'의 공격으로 부당하게 비방 받는 소수 집단이라고 인식한다. 또한, 그들은 거름망이 없는 자기들만의 농담을 공유한다”고 전했다.

이미 국내에도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 사건처럼 젠더 갈등이 범죄 사례로 이어진 바 있다.

다만, 구 교수는 “이러한 문제는 젠더 갈등의 일환으로 실업 등 사회 문제 배경과 연결해서 설명할 수는 있지만, 인셀 등은 오히려 싱글 남성들에 대한 비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모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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