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따르면, 이날 추도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대규모 행사 대신 간소하고 소탈하게 갖자는 고 이 회장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촐하게 진행됐다.
추도식에는 고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가족들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오전 9시50분께 승용차를 이용해 선영으로 향했고, 간략히 추도식을 마치고 10시20분께 선영을 떠났다.
고인은 부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오른 뒤 탁월한 경영 능력과 안목으로 반도체와 모바일 등 분야에서 '세계 일류기업'의 기반을 닦은 뛰어난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고인의 업적을 생각하면 그룹 차원의 대규모 추모 행사가 열릴 법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하고 장남 이 부회장이 처한 다수 사법 리스크 상황 등을 고려해 별도의 대규모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대신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은 사내 게시판에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 고 이 회장의 생전 업적 등을 기리는 영상을 공유하며 고인을 기렸다. 또 사내 게시판에는 '세상을 바꾼 거인, 고 이건희 회장님을 그리며'라는 제목으로 1주기 추모 영상과 신경영 특강 영상 등을 공개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추도식에 이어 용인시 소재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에 설치된 고 이 회장의 흉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삼성은 생전에 '인재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을 써 온 故 이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창조관에 흉상을 설치했다. 제막식에는 이 부회장 이외에 사장단 5명만 참석했다.
이날 제막식에서 이 부회장이 '뉴삼성' 관련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취업제한 논란 등을 의식해 대외 활동을 자제해왔지만, '포스트 이건희' 1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일 이 부회장의 경영 방향을 소개하면서 "삼성전자가 대만 TSMC와 맞설 수 있는 기업이 되려면 이 부회장이 이른 시일 안에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특집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