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동행 경영] 믿을 건 청년과 기능인재뿐…그렇게 ‘뉴삼성’이 된다

2021-10-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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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희망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가석방 출소 이후 32일 만에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청년의 희망’부터 말했다. 지난 달 14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서 20여분간 기다린 끝에 김 총리를 직접 맞이 했고 대규모 청년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 전부터 꾸준히 강조해 온 ‘동행 경영’을 통해 경영 복귀 후 첫 행보로 택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취업제한 논란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은 이 부회장이 청년 고용과 신기술을 위한 인재 등용에 방점을 찍고 조용한 ‘뉴삼성’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청년 고용과 함께 학벌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기술로만 승부하는 기능인재 등용에도 적극적이다.

 

김부겸 국무총리(왼쪽)가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방문, 간담회를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마주 보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故 이건희 회장부터 역점 둔 청년 고용, 代 이어 ‘과감한 결단’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과 김 총리와 만남 당일 정부의 ‘청년희망ON’ 프로젝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앞으로 3년간 3만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서기로 했다. 청년희망ON 프로젝트는 김 총리가 취임 직후 의욕적으로 추진한 청년 일자리·교육기회 창출 사업으로, 정부가 맞춤형 인재 육성에 필요한 교육비 등을 지원하고 기업은 청년에게 일자리와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삼성은 KT에 이어 두 번째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이다.

삼성그룹은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기점으로 취업연계형 SSAFY 교육생을 연간 1000명 수준에서 내년부터 2000명 이상으로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SSAFY는 만 29세 이하 취업준비생·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1년간 운영하는 취업연계형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삼성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교육생 전원에게 월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대전, 광주, 구미, 부울경 캠퍼스 교육생은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정부 훈련 장려금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17일 정부와의 약속을 이행하고 나섰다. 내년 1월부터 1년 간의 과정에 입과하는 SSAFY 7기 인원을 역대 최대 규모인 1150명 선발했다. 1년에 2회 교육생을 모집하는 SSAFY는 2018년 12월 1기 500명을 시작으로 꾸준히 교육생을 늘려왔고, 내년부터는 모집 규모를 기수 당 1150명으로 확대해 연간 2300명을 교육할 계획이다.

SSAFY는 1년간 매일 8시간씩 총 1600시간의 집중적인 SW 교육과 교육생간 협업을 통한 실전 프로젝트 등을 통해 기업에 즉각 투입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다. 교육생들이 실무적인 SW역량을 양성할 수 있도록 기업 연계 실무 프로젝트, 우수 IT 기업 개발자의 멘토링, 국내 SW 콘퍼런스 참가 등의 기회도 주어진다.

청년 일자리 창출은 비단 이 부회장 뿐만 아니라 앞서 고(故) 이건희 회장 때부터 역점을 둔 삼성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김 총리도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님께서는 인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셨다. ‘기업의 모든 성공은 인재에 달려 있다’는 말씀을 강조하셨는데 오늘 삼성이 큰 힘을 모아주신 것도 회장님의 그런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감한 결단(향후 3년간 3만개 청년 일자리 창출)을 해주시고 이렇게 뜻깊은 자리도 만들어 주신 이재용 부회장님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가석방 출소 11일 만에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연 4만 명의 인원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SSAFY 간담회에서 공개한 청년 일자리까지 앞으로 3년간 총 7만명의 청년 고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SSAFY 서울 캠퍼스에서 강사가 5기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공고 교장에 “우수한 인재, 삼성으로 보내달라”...10년 넘게 ‘기능인재 경영’ 지속
지금부터 11년 전인 2010년 9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능인력 육성의 요람인 공업고등학교 교장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삼성전자 경기도 수원사업장으로 전국 공업고등학교 교장회 임원 20명을 초청, 사업장 곳곳을 직접 안내하며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다. 이 부회장은 공고 교장들에게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능력만 있으면 사회에서 톱 클래스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삼성이 만들어 가겠다”며 “우수한 기능인력을 많이 육성해 삼성으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이보다 1년 앞선 2009년 9월 캐나다 국제기능올림픽에도 방문해 선수단을 만나 “기능인력 후원은 회사가 잘 되는 것뿐 아니라 국민이 모두 잘 살 수 있도록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젊은 세대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사회에 나올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에도 “제조업의 힘은 현장이며, 현장의 경쟁력은 기능 인력”이라는 소신을 갖고 삼성의 ‘기능중시 경영’을 주도해왔다. 

 

지난 5일 대전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진행 중인 '제 56회 전국기능경기대회' CNC선반 직종에 참가한 선수가 경기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6년 12월 고용노동부와 ‘기능장려 협약’을 체결하고 2007년부터 꾸준히 ‘전국기능경기대회’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훈련 등을 후원하고 있다. 매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 후원사 중 최대 금액인 2억5000만원을 후원하고, 격년마다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 출전 국가대표 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비, 훈련재료비 등으로 7억2000만원을 지원한다. 누적 후원금은 95억원에 달한다. 삼성은 이런 공로로 2009년 국무총리 단체표창, 2018년 대통령 단체표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삼성은 지난 2007년부터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한 기능인력들을 매년 평균 100여명씩 지속적으로 채용해왔다. 삼성에 입사한 기능 인력들이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해 획득한 메달만 금메달 28개, 은메달 16개, 동메달 8개에 달한다.
 
삼성그룹은 올해도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 주요 계열사들이 올해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한 우수 기능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채용 분야는 △기계·설비 △전기·전자 △소프트웨어·네트워크 △CAD 등으로 특히 올해는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반도체 및 배터리 설비인력을 중심으로 채용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11~12월 채용전형을 거쳐 최종 선발된 인력들은 내년 1월에 입사하게 된다. 이번에 채용된 직원들 중 전국기능경기대회 1~2위 입상자는 입사 후 별도 교육을 통해 내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 출전 후보군으로 양성될 예정이다. 
 

지난 5일 대전 엑스포시민광장에서 열린 '제 56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개회식에서 장동섭 삼성기능올림픽 사무국장(왼쪽)이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에게 대회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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