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개월 사이 중국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에서 6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를 공식 경제정책으로 내세우며 다양한 사업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전력난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국내 중국 투자 펀드 171개의 설정액이 1개월 전보다 602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KB중국본토A주' 펀드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KB중국본토A주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5일 기준 4049억원으로 최근 1개월 사이에 158억원이 줄었다.
KB중국본토A주 펀드에 이어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 펀드에서도 74억원이 빠져나가 설정액이 3065억원으로 줄었다.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 펀드의 경우 설정액이 877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52억원 줄었다.
이처럼 중국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 자금이 줄어든 데는 중국 정부의 각종 산업 규제 강화에 이어 최근 전력난 이슈까지 등장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체 전력의 60% 가까이를 석탄에 의존하는 중국의 경우 석탄 수요가 증가하는 동절기나 하절기에 전력난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냉방 수요가 감소하는 지난달에도 전력난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상당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조업시간을 줄였고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이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전력난이 석탄 가격 상승 및 수급 차질과 중국 정부의 탈탄소 정책 강화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석탄 가격 상승으로 발전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화력발전 가동률이 떨어졌고 이는 전력난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장기 집권 당위성으로 탈탄소 정책 및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하며 신재생 에너지 정책 지원을 늘리고 에너지 소비 및 오염물 배출도가 높은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전력난이 심화된 것은 정책적 요인도 크다"고 덧붙였다.
홍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중국의 전력난이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지만 단기간에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부총리가 석탄 공급을 늘려 전력이 부족한 지역에 송전하도록 지시해 중국 전력 생산 시장이 우려와 달리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석탄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 전력난이 구조적으로 단기간 내에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력난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했다.
백 연구원은 "이번 전력난과 유사했던 지난 2010년 사례를 참고했을 때 올해 중국의 산업생산은 1~2%포인트 둔화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연말까지 9%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