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류업계 강타한 '친환경'…제작부터 배달까지 환경 중심으로

2021-09-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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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내세운 가운데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패션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는 가운데 의류산업에도 ESG 바람이 부는 것이다.

코트라 뉴욕 무역관에 따르면 의류 등 패션 제품이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인 친환경 제품이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옷과 신발 등 패션 제품은 제조 과정에서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미국의 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플라스틱의 약 60%는 의류 제작에 사용된다. 당장 착용하고 있는 의류의 제품설명서를 보면 나일론, 아크릴, 폴리에스터 등의 화합물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 대두하면서 값싼 의류를 자주 소비하는 트렌드도 환경에 부담을 준다. 미국 환경보호국(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2018년 기준 미국에서 발생한 고체 폐기물 중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약 100만톤인 반면 버려진 옷과 신발은 1300만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플라스틱 원료를 사용해 만든 의류는 세탁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는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섬유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을 지목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보고서도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35%는 합성 의류와 직물로부터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사용의 대안은 양모, 나무 등 자연에서 찾는 소재들이다. 매립되거나 해양쓰레기가 되는 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얼버즈(Allbirds)는 양모로 만든 운동화와 나무를 원료로 하는 운동복을 출시했다. 얼버즈의 신발 제품은 양모나 유칼립투스 섬유 등 재생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진다. 얼버즈는 지난해 사탕수수 폐기물에서 나오는 스위트폼으로 러닝화를 선보였으며, 의류 제품은 양모와 해양에 버려진 조개껍데기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다.

얼버즈의 운동화는 한 켤레를 생산할 때 2.94k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이는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14.1kg)의 4분의1을 밑도는 수준이다. 얼버즈의 매출은 2019년 1억9400만 달러에서 2020년 2억19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팀 브라운 얼버즈 CEO는 "양모는 수분을 30% 흡수하기 때문에 운동화의 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 또한 양모는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운동복 소재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한 얼버즈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ZQ 메리노울을 사용하는 등 동물들의 복지와 토양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

기존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업체도 있다. 걸프렌드 콜렉티브(Girlfriend Collective)의 레깅스와 브래지어 제품은 재활용 폴리에스터와 재활용 병으로 제작된다. 어망과 재활용 나일론으로 만든 레깅스 제품도 내놨다.

코알라트리(Coalatree)도 커피 찌꺼기, 버려진 원사와 플라스틱으로 운동복을 제작한다. 플라스틱 물병으로 운동화를 생산하는 'Avre Life'의 시그니처 운동화는 한 켤레당 플라스틱병 10개가 버려지는 것을 막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패션업계의 친환경에 대한 관심은 생산된 제품뿐만 아니라 제조와 포장 공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이 제품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량을 알려주는 탄소발자국을 제품에 표기해 판매하는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특히 친환경 소재 증가는 동물 실험 없는 제품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화학성분으로 이뤄진 의류 및 신발을 제작할 때는 동물 대상 테스트를 거친다. 최근에는 동물 테스트를 거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조 공정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SK그룹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2%의 미국인들은 친환경 포장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8~34세 연령 중 74%는 같은 제품이라면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다.

부디웨어(Boodywear)는 대나무를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고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 생산 방법을 사용한다. 배송도 자연분해되거나 재활용 가능한 상자를 이용한다. 유기농 면과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Lezat'는 의류제품을 생산한 후 남은 천을 지역 동물보호소에 기부해 개 침대 제작에 사용하고 있다. 코알라트리도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친환경 시설을 택했고, 포장은 환경 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한다. 얼버즈의 제품 상자 중 90%는 재활용 골판지를 사용한다. 

또한 친환경 원료를 어떻게 얻는지, 즉 공정한 무역을 통해 원료를 구입하는지도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고려하는 요소다. 걸프렌드 콜렉티브, 프라나(prAna) 등의 기업은 공정무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유기농 면 제품을 생산하는 '팩트(Pact)'는 공정무역 인증 공장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한편 직원에게 안전한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친환경 의류 브랜드 관계자는 코트라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기업의 입장에서 조금 더 환경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제품 제작 과정뿐만 아니라 포장과 배송에 사용되는 제품도 최대한 재활용품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코트라 무역관 측은 "빠르게 소비하는 패스트패션에서 이제는 어떤 재료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었는가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며 "이러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은 친환경 소재와 제조공법, 포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이 단지 마케팅 수단에 그치거나 무늬만 친환경이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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