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버려진 폐의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왕 대표는 "실을 발주해 놨는데 갑자기 주문 내용이 바뀌거나 취소되는 일이 생기면 회사가 재고를 모두 떠안는 구조였다"며 "한 해 버려지는 원사만 7t, 금액으로는 7억~8억원에 달했다"고 했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어떻게 하면 버려지는 실을 재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 고민에서 플리츠마마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버려지는 울 소재의 실로 가방을 만드는 것을 생각했는데 대량생산이 쉽지 않아 다른 친환경 소재를 알아보았다"며 "다방면으로 수소문하다가 효성티앤씨에서 헌 페트병으로부터 추출한 폴리에스테르 원사 '리젠'을 생산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효성티앤씨와 인연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지만, 물꼬가 트인 이후에는 순조롭게 풀려갔다. 왕 대표는 "다짜고짜 효성티앤씨에 전화를 걸어 원사를 사고 싶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적은 주문량에 황당해했지만, 며칠 만에 연결된 마케팅팀에서 적극적으로 호의를 보여줬다"고 당시 이야기를 전했다. 왕 대표는 효성태앤씨의 리젠 원사로 만든 가방을 들고 회사를 다시 찾았다. 그는 "효성티앤씨 측에서 가방을 보더니 임원까지 끌어모아 회의를 했다"며 "그때까지 효성도 다양한 곳과 협업을 했지만, 이렇게 디자인에 신경을 쓴 제품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수줍게 웃었다.
주 아이템이 가방이었던 이유도 생각보다 단순했다. 왕 대표는 "육아를 시작하며 실용적이면서 예쁜 가방이 필요했다"며 "아이를 등하교시키면서 다른 엄마들도 많이 만났고, 이럴 때 편하게 들 수 있으면서 스타일을 살려줄 가방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어 "특히 무채색의 옷차림에 포인트가 되면서 색깔만으로도 가방을 든 사람을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디자인과 색상을 고민했다"며 "그 결과 지금 플리츠마마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니트 플리츠백이 탄생한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