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기자본 6개월 새 7.7조 증발…건전성 악화 불가피

2021-08-3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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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평가이익 감소로 보험사 자기자본 줄어

자본확충 3조원 중 2조원이 후순위채…만기 시 금리 부담 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보험사의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내려가면 보험사가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의 가치가 떨어져 보험사의 자본량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올해 선제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후순위채권 발행에 치중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29일 금융감독원의 상반기 보험사 경영실적(잠정)에 따르면 이 기간 보험사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보다 7조7000억원(5.3%) 감소한 135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의 자기자본이 감소한 데에는 10년 만기 국고채권 금리가 지난해 말 1.713%에서 지난 6월 말 2.092%로 급상승하면서, 보험사의 채권평가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향후 보험사의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이후 금리하락이 지속되면서 채권 수익이 줄어들자 적지 않은 보험사들이 보유 채권의 회계상 분류를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채권을 매도 가능으로 분류하면 금리 하락으로 높아진 채권 가격 덕에 장부상 평가이익이 늘어나 RBC(지급여력)가 높아진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하는 기간에는 반대로 작동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후순위채 발행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등 자본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KB생명은 지난 24일 7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 5월 13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만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이다. 푸본현대생명도 다음달 올해 들어 두 번째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 중이다. 교보생명 역시 다음달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해외에서 5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차환 발행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여타 보험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앞서 DB손해보험이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찍었고, KB손해보험(3790억원)과 현대해상(3500억원), 미래에셋생명(3000억원), 메리츠화재(2100억원)도 발행에 나섰다. 또 푸본현대는 최대주주인 푸본생명을 대상으로 4580억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했으며 캐롯손해보험도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처럼 자본확충 방식이 후순위채로 쏠리면서 향후 보험사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선순위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후순위채권의 경우 만기가 다가올수록 보완자본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후순위채권 중 만기가 5년 이상 되는 채권은 100%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나, 잔존만기가 5년 이내일 경우 발행채권의 20%씩을 매년 보완자본에서 제외한다. 결국, 보험사는 후순위채권 만기가 다가올수록 추가 자본확충 방안을 찾거나 기존보다 큰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올해 보험사가 발행한 후순위채권 규모는 2조원으로 지난해 보험사의 전체 자본확충 금액인 1조원을 넘어섰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건전성 악화 부담에 손쉽게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후순위채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은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앞으로 보험사의 건전성 악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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