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계속되는 남북관계 ‘희망고문’…文 “美와 신중하게 협의하라”

2021-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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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담화’ 사흘 만에 직접 언급…한·미 연합 훈련 놓고 고심

주요 지휘관, 靑 총집결…성폭력 사태 등 국방 현안 보고 청취

“공군 환골탈태…청해부대 코로나 집단 감염, 국민께 큰 심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 미국과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군 주요지휘관의 국방 현안 보고 뒤 출입기자들과의 서면 질의응답에서 ‘보고 때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당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연합훈련 진행 여부가) 주제는 아니었으나 서욱 국방부 장관이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방역당국,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보고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일 경고성 담화를 낸 지 사흘 만이다. 서 장관에게 내린 원론적인 지시로 해석됐지만, 문 대통령의 고심이 묻어났다는 분석이다.

김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며칠 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들을 계속 듣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 나는 분명 신뢰 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 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 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장기간 단절됐던 남북 관계가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대화를 모색하는 시점에서 다시 북한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현실적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연합훈련 자체가 매년 정례적인 성격이라 갑작스러운 취소 혹은 연기는 미국과의 신뢰 문제와 맥이 닿아있다. 한·미 동맹이라는 외교적 큰 틀에서도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의 ‘키(key)’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이 전날 국회 보고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다면 북한이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분석한 데 대해 “청와대 내 기류 변화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군 주요 지휘관들을 ‘미묘한 시기’에 청와대로 ‘소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회의에는 서 장관을 비롯해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김태성 해병대사령관 등 군 주요 지휘관들이 총출동했다.

청와대는 현 시점에서 국방 현안을 보고 받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공군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 청해부대 34진의 코로나19 감염 등이 발생했고 코로나19와 폭염 상황에서 군 장병의 안전이 각별히 요구되는 만큼 관련한 국방 현안을 점검하고 당부하기 위해 마련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의에서는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 관계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이 나오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야외 훈련이 가능한 온도라도 폭염 기준 온도에 근접한 경우는 훈련을 보류하라”고 주문한 것이 한·미 연합훈련에도 적용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지휘소훈련으로 필요 시 한·미군 매뉴얼에 따라 운용될 것”이라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국방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폭염에 대비한 훈련 매뉴얼이 제대로 실행되게끔 잘 챙기라”면서 “야외 훈련이 가능한 온도라도 폭염 기준 온도에 근접한 경우는 훈련을 보류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훈련 때에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신속하게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군 주요 지휘관들에게 “(우리 군이) 근래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큰 위기를 맞게 됐다”면서 “절치부심하고 심기일전해서 분위기를 일신하고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청해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해선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쳤지만 청해부대는 현지에서 우리 국민과 상선 안전에 대한 작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만큼 부대원들의 사기가 저하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전 장병의 93.6%가 1차 접종을 완료했고 오는 6일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할 예정이라는 서 장관의 보고에 “요양병원 등을 제외하고는 군이 최초의 집단면역 달성 사례가 되므로 일반국민들이 집단면역에 도달할 때 군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선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심각한 사건으로 사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허위 보고와 은폐, 부실 보고 등 사후 대응도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기존에도 성폭력 대책이 있었지만 더욱 강도 높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근원적으로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으라”면서 “공군은 환골탈태해 ‘국민 속의 군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대’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병영문화 개선과 관련해 “우리 정부 출범 이후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전면 시행, 병 봉급 인상, 군 의료체계 개선, 영창제도 폐지 등 많은 개혁을 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장병 급식체계와 조리 여건 개선, 피복체계 개선, 생활관 및 취사식당의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군 사법제도 개혁에 대해 “혁신적이고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한 스마트 강군 건설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경우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인해 달 착륙까지 성공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군이 AI(인공지능), 로봇과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기술을 국방에 활용하는 군의 과학 역량을 높이고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와 협업을 확대해 신기술 개발에도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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