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미·중 경쟁, '디커플링'은 가능한가?

2021-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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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외교대교수, HK+국가전략사업단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반복되면서 올해 세계 경기 회복도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더욱 정교해지고 구체적인 대중 압박 조치에 대해 중국이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대응 의지를 보이자 미·중 간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의 범위와 실현 가능성을 둘러싸고 이론이 분분하다.

디커플링이란 한 국가의 경제 상황이 그 국가와 연관된 국가 또는 세계경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지칭하는 커플링(coupling·동조화)의 반대 개념으로, 일정 국가의 경제가 다른 국가나 보편적인 경제의 흐름과 다르게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다른 분야에서도 중국의 대미 도전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정책으로 디커플링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때문에 무역 분쟁으로 시작된 갈등은 결국 가치 논쟁으로까지 확산되었고,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충실히 계승되고 있다.
미국이 디커플링이라는 용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양국 간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양한 탈동조화 현상이 출현하고 있다. 중국 측은 완전한 디커플링이 불가능하다면서도 이미 일부 분야의 현실화를 우려한다. 2020년 1월의 1차 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관세전쟁이 종식되지 않았고,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중국 기업과의 금융거래를 기피해 미국 자본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진입이 어려워진 데다가 기존 기업들도 퇴출당하고 있으며, 금융 분야가 아닌 실물경제에서의 투자도 영향을 받고 있다. 또 교육 분야에까지 디커플링의 여파가 미쳐 중국 학생들의 '스템(STEM)', 즉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진학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미국이 펼치는 과학·기술 디커플링과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중국 정부 주도의 첨단기술 육성정책이 미국의 경제 이익과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미국 기술이 활용된 최첨단 제품 등을 중국에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잠정 국가안보전략보고에서 ‘경제적 안보(economic security)가 곧 국가안보’라면서 중국에 대한 규제를 규정한 기존 ‘수출통제개혁법(ECRA)'이나 ‘2019국방수권법’,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을 망라, 6월 9일 중국 견제 법안인 ‘미국 혁신경쟁법(USICA: 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of 2021)'을 통과시켰다. 이는 미국이 동맹과 함께 과학기술, 글로벌 인프라, 반도체 등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등에 약 2000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의 기술굴기를 저지하고 미국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겠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디커플링이 일종의 이익갈등 조정수단으로 실행되자, 중국은 일대일로 일일이 대응하는 팃포탯(tit-for-tat) 전략보다는 과학기술 자립과 대외무역 활성화 및 내수 경기 진작을 동시에 추진하는 ‘쌍순환(雙循環·Dual Circulation)'전략이라는 장기 전략을 향후 중국경제 성장전략의 밑그림으로 설정하고 제도 정비와 산업정책 조정 및 자체기술 개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는 중국이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을 겪으면서도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5G나 AI 분야 및 빅데이터, 로봇, 항공우주, 양자컴퓨터를 포함한 슈퍼컴퓨터 관련 기술에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뚫고 민·군겸용(民軍兼用·dual-use)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첨단기술 개발 투자를 지속하면, 중국이 자체적인 기술 연구·개발로 ‘기술 자립’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경제적·군사적으로 미국에 가까워질 것이므로 미국의 견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의도하는 디커플링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미·중 갈등은 이념과 군사 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분리된 경제블록을 기반으로 한 미·소 냉전시대와 구분된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을 공유하면서 부품 공급망을 보유한 막강한 경제 실체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중국과의 전면적인 디커플링은 막대한 경제적 비용과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정책적으로 최대한 디커플링을 추진해야 중장기적 이익이 확보된다는 주장도 있다. 무역 측면에서 볼 때 대중 무역적자 해소 희망은 오히려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체됐고, 미국 소비자는 더 많은 소비액을 지출하였다. 미국의 대중 투자기업들은 대중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국제공조를 통한 대중 압박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G7 정상회의는 표면적으로는 대중 견제에 방점을 찍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각국의 산업 정책과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의식한 이중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중국도 미국과의 협력을 통한 중국의 역할을 계속 강조한다. 미국으로부터의 기술 유입이 필요한 중국은 미국이 기술 수출과 이전을 제한할 경우 첨단산업 발전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도 자국 내에 완전한 공급망 구축은 미국 등의 견제를 계속 받게 될 것이므로 한국, 일본 등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의도대로 미·중 디커플링이 민주진영과 중국과의 대립으로 발전할지는 미지수이며 신냉전(新冷戰)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미·중 관계는 ‘협력 속의 경쟁’보다는 ‘경쟁 속의 협력’으로 전개되면서, 적어도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 시도와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의 대응이 계속되는 선택적 디커플링이 진행될 것이며, 이는 국가별·산업별로 다양한 대립 또는 협력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산업에서의 확실한 경쟁력 확보와 지정학적인 전략적 접근으로 미·중 양국이 찾는 협력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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