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장성규가 말하는 유쾌한 관종의 조건

2021-07-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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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퇴사를 결심했던 장성규 아나운서는 또 다른 도전을 통해 지금의 선넘규가 됐다. 그는 유튜브 채널 워크맨으로 직업의 선을 넘나들며 다양한 직업을 생생하게 전하고, 뿐만 아니라 재치 있는 입담을 가지고 선을 넘은 듯 안 넘은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와 함께 파란만장하면서도 유쾌한 관종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JTBC스튜디오 제공/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장성규]


Q. 워크맨을 통해 다양한 직업들을 경험하셨습니다. 가장 내게 맞았던 직업과 나에게 맞지 않았던 직업은 뭔가요?

A. 직업마다 매력이 다른데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알게 됐어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잘 맞고 얼마나 귀한지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해오던 일이 말이다 보니까 여러 가지 직업들 중에서도 말하는 직업들이 수월했던 측면이 있긴 하지만 어느 직업 하나도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모든 것들이 어려운 일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요. 맞지 않았던 건 제가 겁이 많다 보니까 높은 곳도 무서워하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오금이 저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들어서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동작이 느려서 빠른 동작과 빠른 일처리를 요구하는 직업은 저랑 맞지 않고, 일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만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이를 통해 생긴 새로운 목표가 있나요?

A. 쉬운 일이 없다는 걸 느꼈잖아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을 10년 정도 했는데 가끔은 감사한 줄 모르고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어요. 그런 부분들을 반성하고 이게 얼마나 감사한 하루하루인지를 느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못 느끼고 지나가는 날들도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늘 되새기고 제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야 되는 부분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하루하루 감사할 줄 아는 게 목표가 됐어요.

Q. 요즘에는 무엇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나요?

A.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은 없지만 저를 찾아주시는 제작진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이나 같이 출연하는 출연진들, 시청자 분들께 제가 방송을 하고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누구 하나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폐 끼치지 않고 다양한 입장을 만족 시킬 수 있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고, 그런 부분이 자리가 잘 잡혀서 저만의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Q. 과거의 장성규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것들이 있나요?

A. 10살 때 장성규나 15살 때 장성규나 25살 때 장성규나 그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었던 지점들이 있었는데 그 순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준 과거의 성규들한테 고마워요. 미안한 점들은 그 당시에 제가 저를 무시했었던 모습들, 제가 저를 하찮게 여겼던 순간들이에요. 사실 지금도 그럴 때가 있죠. ‘성규 넌 별 것 아니다’라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런 느낌이 들었던 순간들에 대해서는 늘 미안해요.

Q. 장성규를 성장시켰던 성장통은 무엇이었으며 그것들이 삶에서 어떤 영향을 줬나요?

A. 제가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저는 사람들 눈치를 워낙 많이봐요. 뭔가 하나를 하고 주변의 반응을 살피고 워낙 관심 받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주변 사람들한테 다 칭찬 받기를 원하고 누구하나 만족 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위축될 때도 있어요. 그런 부분이 저는 싫었거든요. 그래서 방송인으로서 활동할 초기에는 “왜 이렇게 사람들 눈치보냐, 넌 재능있으니까 하고 싶은 일 해봐라“라고 말씀해주시는데 저는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 말을 들었다고 해서 눈치 안보고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게 저의 큰 단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 모습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랑해주고 있거든요. 선을 넘는다고는 하지만 그런 기질 덕분에 순간순간 이게 얼마나 상대방에게 미안한 발언인가를 느낄 줄도 알고, 이게 농담이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라고 스스로 느끼기도 하기 때문에 그걸 바로 사과할 줄도 알거든요. 만약에 그런 걸 느끼지 못하고 눈치도 안보고 하고 싶은 것만 했으면 굉장히 무례한 사람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예의를 지킬 줄 알고 선은 넘긴 넘지만 극단적인 선을 넘지 않을 수 있는 감각이 저의 눈치 보는 습관에서 나왔던 힘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미워했던 부분인데 이제는 감사한 부분이에요.

Q. 장성규 인생에 최고의 타이밍은 언제였나요?

A. 대학교 2학년 때 28살임에도 불구하고 삼수를 하고 자격증 준비한다고 휴학도 몇 년 하고 공익 다녀오고 많이 늦어졌어요. 근데 아나운서 도전을 과감하게 했는데 타 사 공채 시험을 보려고 했으면 조건이 졸업예정자였어야 했어요. 그때가 대학교 2학년이었으니까, 30살부터 지원을 할 수 있는 건데 막연하잖아요. 된다는 보장도 없고. 근데 준비한지 3개월도 안돼서 MBC 신입사원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겼어요. 저는 잃을 게 없으니까 바로 지원을 했죠. 그때는 기회인줄 몰랐어요. 아나운서를 준비한지 얼마 안된 상황이라 1차만 통과해도 좋은 경험이겠다 라고 마음편히 지원을 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있었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그때는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해보자 였는데 돌이켜 보면 그때가 저에게 왔던 가장 큰 기회였어요.


Q. SNS로 매력을 재발견했습니다. 본인의 매력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A. 관심 받는 걸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 모습을 제일 좋아해요. 관심 받으려고 노력하는 시절도 있었는데, 대놓고 ‘저는 관종입니다’라고 관밍아웃을 하고나서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 편안해진 부분이 있어요. 사람은 누구에게나 매력이 있잖아요. 저는 제가 마음 편할 때 매력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어떻게 해야 내가 편하게 행동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제 마음이 편해졌던 순간이 관밍아웃, 관심 받는 걸 좋아한다는 걸 오픈하고 나서 편하게 하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누구든지 편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각자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Q. SNS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나요?

A. 저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때부터 어떻게 해서 사람들이 웃을까를 고민했었고 어떻게 하면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좋아요, 하트버튼이 저한테는 칭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걸 올려야 하트를 많이 받을 수 있지, 어떻게 하면 칭찬 받을 수 있지를 고민했을 뿐이에요. 근데 가끔은 실패할 때도 있죠. 이걸 좋아할 줄 알고 올렸는데 안 좋아할 때도 있고, 생각보다 좋아해줄 때도 있고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평균치를 찾아가는 것 같기도 해요.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걸 파악하고 그걸 위주로 올려야 제가 좋아하는 칭찬인 하트를 받는 거니까, 그런 과정들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사진= JTBC스튜디오 제공]


Q. 관종의 조건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저는 제 이름을 누군가에게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이름을 누군가 불러줬을 때 기쁘잖아요. 그렇게 봤을 때 관심 받는 걸 싫어할 사람도 얼마 안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름을 불러주면 기분이 좋을 거라고 믿거든요. 때로는 관심 받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준다고 생각해봤을 때 그게 기분 좋은 일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면 그분은 관종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관심 받는 것에 대해서도 거리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것을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Q. 나를 잃지 않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장성규만의 방법이 있나요?

A. 여전히 저한테도 큰 과제예요. 나를 잃지 않으면서 나도 재밌고 상대방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노하우가 있고, 공식이 있으면 재밌없을 것 같아요. 제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골프가 하는 만큼 되지 않거든요. 하는 만큼 되는 분들도 있겠지만 골프를 어려워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심지어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인 골프도 이렇게 어려워서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사람들의 행복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면 인생이 너무 쉬워지는 거잖아요. 저한테도 너무 큰 과제고, 이런 고민들과 같이 시행착오도 겪어가면서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한테 평생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하면서 평생 그 고민과 마주할 것 같아요.

Q.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마음의 중심을 잡았나요?

A. 친구들과 술 마실 때도 있었죠. 근데 혼자 있을 때는 오히려 고민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부정적인 생각이 저를 지배하게 될 때도 있었거든요. 가장 그나마 마음 편하게 해주는 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더라고요. 정체되거나 퇴보되지 않고 내 안에 활용도가 높고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새롭게 장착하려는 노력들을 할 때가 주로 그랬어요. 예를 들어 예능을 보면서 ‘저 MC는 저렇게 진행을 하고 저 분은 저렇게 웃기는 구나’라고 깨닫는 게 저한테는 학습이잖아요. 그리고 골프실력을 늘리는 것도 나중에 제가 골프 프로그램 중계를 할 수 있는 거니까, 어떤 분야에서 갈고닦는 시간으로 채워가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이 안풀리는 것에 있어서 그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Q. 언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세요?

A. 일이 안 풀릴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시간도 저는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37년 동안 살면서 그때는 쓸데없다고 느꼈던 시간도 조금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 봤을 때 몇 번의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실패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고충을 더욱 깊게 느끼면서 진정성 있는 리액션이 나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공무원 시험과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친구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더 자세하게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감정들이 내 안의 경험을 통해서 자리하고 있는 부분들이 시간이 지났어도 느껴지는 걸 보면서 ‘이 부분은 굳은살이 생겨있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Q, 닮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A.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의 장점이 뭔지 생각하고 봐요. 그 장점이 내가 갖고 있는 거라면 공감을 할 수 있고 내가 갖지 못한 걸 상대방이 갖고 있으면 그 순간 그 사람이 제 멘토가 되는 거예요. 순간순간마다 만나는 사람들의 장점을 살피고 그 장점들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제 무기와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닮기 위해 노력해요.

Q.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오면서 어느정도 성공궤도에 올랐는데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다짐과 노력이 있나요?

A. 저는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기본적으로 그릇이 작고 제가 얼마나 일희일비 하는 사람인지도 아는데 제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큰 사랑을 받고 있거든요. 그럴 때 가끔 우쭐할 때도 있고 거만해질 때도 있어요. 그릇이 큰 사람이면 변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넘치는 것에 대해서 제가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없다 보니까 변하는 모습들이 순간순간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제가 변했다 라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해야 될 것 같아요.

Q. 장성규 답다는 건 뭔가요?

A. 아직은 장성규를 알아가는 과정이지만 평균적으로 나오는 비슷한 모습들이 있어요. 내가 겪은 것에 대해서만 말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말하고, 내가 나를 속이지 말자는 주문을 계속 걸고 있어요. 제 행동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내가 벌린 일에 대해서 피하지 않고 책임지는 게 ‘장성규 답다’라고 제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Q. 장성규를 선넘규로 만든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저는 그냥 눈에 띄고 싶은 욕심에서 이것저것 막 던질 때 정형돈이라는 형님이 마리텔을 통해서 제 캐릭터를 만들어 준 것이거든요. 누군가가 안 받아주면 묻혀버릴 수 있었던 것을 살려주신 게 형돈이 형인 거니까, 항상 감사하죠.

Q. 선을 넘는 행동들이 재밌고 사이다 같이 속이 뻥 뚫리게 하는 힐링을 줍니다.이에 따른 악플도 많은데 부담감들을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A. 악플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요. 상처를 받긴 하지만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평생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누구든지 저를 싫어할 수 있는 상황들이 저를 긴장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이미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내가 잘하다가도 떠날 수 있으니까 매사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저로부터 등을 돌리지 않도록 늘 신경쓰고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MC로서 오래 기억될 수 있게 늘 노력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주위의 눈치로 인해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늘 응원하고 싶어요. 어떤 상황에 있던 간에 이런저런 치열한 고민을 하는 모든 분들을 멀리서 늘 응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장성규 전 아나운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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