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언어'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통신과 TV 등 각종 매체에서 신조어가 넘쳐나고, 외국어 남용도 비일비재해졌다. 소통의 역할을 하는 언어가 파괴되면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격차는 더 심해졌다.
국민을 계도하고,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부나 기관·언론도 언어문화 파괴의 온상이 됐다.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언어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신조어와 줄임말, 외국어 사용으로 '새로운 표현'과 '간결한 표현'은 가능해졌을지 몰라도 이를 모든 국민이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도 이 노력에 힘입어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13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독자들은 어디까지 알아들었을까? 요즘 아이들의 언어를 듣고 있으면 딴 세상 말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위 이야기를 알아듣게 풀어내자면 다음과 같다.
"머선 129(무슨 일인고)···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방탄소년단이 또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대요. 오빠들이 기념으로 짤방(짤림 방지의 줄임말, 커뮤니티에서 게시물을 올릴 때 삭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진과 함께 올리는 것에서 유래되었다)을 올려줬는데 정말 700('귀여워'의 자음을 숫자로 표현한 것) 어떻게 이렇게 커여울(귀와 커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쓰이는 유행어) 수 있어요? 짤방 하나에 불소(불타는 소통의 줄임말)되고 있어요."
딴 세상 말 같지만 위와 같은 유행어들은 유선 텔레비전(케이블 TV)은 물론 지상파 프로그램에까지 등장하며 대중적으로 쓰인다. 요즘 신조어나 유행어, 비속어를 쓰지 않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것은 옛날 옛적 고리타분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을 정도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신조어 퀴즈를 풀고 유행어를 남발하며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을 '옛날 사람' 취급한다. TV 프로그램이 한글 파괴와 세대 단절을 조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체불명의 신조어, 저속한 표현, 불필요한 외국어 혼용 등을 남발하며 한글 파괴에 앞장선 7개 방송사에 '주의'를 줬다. 방통위가 언급한 프로그램들은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 '놀면 뭐하니', SBS '박장데소', 채널A '도시어부2', JTBC '장르만 코미디', tvN '놀라운 토요일' 등이다.
방심위가 문제 삼은 표현들은 '가리지널' 'Aㅏ'(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노우 The 뼈' '아이 크은 랩 벋 아돈노 더 랩'(MBC '놀면 뭐하니'), 'Pa스Ta' '허(oOo)엌'(SBS '박장데소'), 'RGRG' '딥빡'(JTBC '장르만 코미디'), '짜치니까' 'ㄴㄴ'(tvN '도레미 마켓') 등이다.
이 외에도 예능 프로그램의 줄임말과 신조어는 셀 수 없이 많다. '입덕(한자 들입과 일본어 오타쿠의 합성어. 어떤 분야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뜻)', '프로 불편러'(영어 프로와 불편한 사람을 합쳐 만든 유행어. 매사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 '핵인싸'(핵처럼 위력 있다는 말과 인사이더를 합친 유행어. 사람들과 매우 잘 어울린다는 의미), '낄낄빠빠'(낄 땐 끼고 빠질 땐 빠져라의 준말)', '깜놀'(깜짝 놀라다라는 뜻) 등의 줄임말은 당연하고 'OO 깡패'(어떤 분야에서 실력이 출중하다는 뜻으로 거칠게 쓰이는 말), 'OO충'(어떤 일에 열중하는 사람을 놀리는 말) 등 거친 언어나 비하 발언도 문제의식 없이 안방극장에 송출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 속 신조어·줄임말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취재 결과 신조어·줄임말에 관해서도 세대 간 반응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20대 여성 염모씨는 "예능 프로그램은 최신 유행을 따르는 콘텐츠 아닌가. 눈에 익거나 자주 쓰는 표현 등을 쓰는 것 같다. 저 정도도 따르지 않는다면 유행을 따르지 못할 것"이라며 "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명 50대 남성 최모씨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 혼란스럽게 느껴지더라. 점점 더 소외되는 기분"이라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이 등장한 건 벌써 30년이 다 돼 간다. MBC '일밤-이경규가 간다'에서 김영희 PD가 방송 최초로 자막을 넣기 시작, 2000년대 들어서는 자막 없는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다. '언어'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고,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요즘 언어'가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신조어, 줄임말, 비속어 남발에 관한 의견은 계속해서 엇갈리고 있다.
방심위는 "방송에서 오직 흥미만을 목적으로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의도적인 표기 오류 표현 등을 남용한 것은 방송의 품위를 저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한글 파괴를 우려했다.
이어 "올바른 방송언어 사용을 방송사에 지속해서 권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방송이 국민의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 동시대에 유행하는 언어의 흐름을 뒤쫓기보다는 올바른 방송언어 사용에 앞장서 품격 있는 방송으로 시청자와 소통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한국PD연합회는 방심위의 법적 제재가 부당하다며 의견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PD연합회 관계자는 "욕설, 비속어, 혐오 표현 등이 아닌 신조어, 인터넷 용어 등으로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문제가 된 자막들은 실제 생활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다. 현실에서 사용하는 살아있는 말들을 배제한 채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느냐"며 창작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재 대상 중 일부 신조어는 국어학회가 새로운 단어로 인정해 사전에 실렸다는 근거도 덧붙였다.
신조어·줄임말 남발에 우려를 드러내는 이들은 세대 간 단절과 무분별한 혐오 표현 등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리서치에서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를 보더라도 언어로 인한 세대 간 간극을 짐작해볼 수 있다. '야민정음' 같은 변용된 한글 사용에 관해 40~50대는 '언어폭력'으로 인식했고, 반면 20~30세대는 '언어유희'로 느꼈다고 답변했다.
50대 여성 경모씨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아이들과 함께 TV를 보다가도 홀로 웃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대 간 단절에 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30대 남성 이모씨는 "방송에서 신조어·줄임말을 쓴다고 해서 세대 간 단절이 심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신조어가) 주로 자막에서 쓰이고 있는데, 자막이 갖는 효과가 세대 간 단절을 초래할 만큼 크지 않다. 너무 많은 양이 쓰인다면 문제가 클 수 있지만 아직은 과도하지 않다고 본다. 신조어는 항상 존재해왔다. 신조어가 세대 간 단절을 야기한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혐오 표현이나 성차별적 표현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았다. 벌레 '충(蟲)'자를 붙이는 혐오 표현이나 장애인이나 기타 소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표현도 아무렇지 않게 쓰여 문제가 됐다. 이 같은 문제적 언어가 TV 프로그램까지 퍼지며 혐오 표현이 단순히 재미를 위해 사용되고 대중적으로 쓰이다 보니 죄의식이 덜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30대 여성 최모씨는 "이따금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놀랄 때가 많다. 아이들이 미디어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데 'OO충' 등의 혐오적 표현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그런 표현을 배울까봐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신조어는 시대의 거울이다. 사회 현상을 담아내며 우리 일상에서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국어학회에서는 '덕후' '핵인싸'처럼 자주 쓰이는 신조어를 새로운 단어로 인정, 국어사전에 올리고 있다. 언어의 생명력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예다.
그러나 파급력이 센 예능 프로그램이 단순히 웃음을 위해 신조어를 남발, 본래 뜻과 다르게 변질해 혼란을 주거나 혐오 표현까지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한글 파괴는 물론 어린아이들의 언어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창작자들도 시청자들도 함께 언어 습관을 돌아보고 정비해야 할 때다.
국민을 계도하고,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부나 기관·언론도 언어문화 파괴의 온상이 됐다.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언어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도 이 노력에 힘입어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13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머선 129··· 최애 방탄소년단이 또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대요. 오빠들이 기념으로 짤방을 올려줬는데 정말 700~ 어떻게 이렇게 커여울 수 있어요? 짤방 하나에 불소 되고 있어요~"
독자들은 어디까지 알아들었을까? 요즘 아이들의 언어를 듣고 있으면 딴 세상 말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위 이야기를 알아듣게 풀어내자면 다음과 같다.
"머선 129(무슨 일인고)···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방탄소년단이 또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대요. 오빠들이 기념으로 짤방(짤림 방지의 줄임말, 커뮤니티에서 게시물을 올릴 때 삭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진과 함께 올리는 것에서 유래되었다)을 올려줬는데 정말 700('귀여워'의 자음을 숫자로 표현한 것) 어떻게 이렇게 커여울(귀와 커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쓰이는 유행어) 수 있어요? 짤방 하나에 불소(불타는 소통의 줄임말)되고 있어요."
딴 세상 말 같지만 위와 같은 유행어들은 유선 텔레비전(케이블 TV)은 물론 지상파 프로그램에까지 등장하며 대중적으로 쓰인다. 요즘 신조어나 유행어, 비속어를 쓰지 않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것은 옛날 옛적 고리타분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을 정도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신조어 퀴즈를 풀고 유행어를 남발하며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을 '옛날 사람' 취급한다. TV 프로그램이 한글 파괴와 세대 단절을 조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심위가 문제 삼은 표현들은 '가리지널' 'Aㅏ'(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노우 The 뼈' '아이 크은 랩 벋 아돈노 더 랩'(MBC '놀면 뭐하니'), 'Pa스Ta' '허(oOo)엌'(SBS '박장데소'), 'RGRG' '딥빡'(JTBC '장르만 코미디'), '짜치니까' 'ㄴㄴ'(tvN '도레미 마켓') 등이다.
이 외에도 예능 프로그램의 줄임말과 신조어는 셀 수 없이 많다. '입덕(한자 들입과 일본어 오타쿠의 합성어. 어떤 분야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뜻)', '프로 불편러'(영어 프로와 불편한 사람을 합쳐 만든 유행어. 매사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 '핵인싸'(핵처럼 위력 있다는 말과 인사이더를 합친 유행어. 사람들과 매우 잘 어울린다는 의미), '낄낄빠빠'(낄 땐 끼고 빠질 땐 빠져라의 준말)', '깜놀'(깜짝 놀라다라는 뜻) 등의 줄임말은 당연하고 'OO 깡패'(어떤 분야에서 실력이 출중하다는 뜻으로 거칠게 쓰이는 말), 'OO충'(어떤 일에 열중하는 사람을 놀리는 말) 등 거친 언어나 비하 발언도 문제의식 없이 안방극장에 송출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 속 신조어·줄임말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취재 결과 신조어·줄임말에 관해서도 세대 간 반응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20대 여성 염모씨는 "예능 프로그램은 최신 유행을 따르는 콘텐츠 아닌가. 눈에 익거나 자주 쓰는 표현 등을 쓰는 것 같다. 저 정도도 따르지 않는다면 유행을 따르지 못할 것"이라며 "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명 50대 남성 최모씨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 혼란스럽게 느껴지더라. 점점 더 소외되는 기분"이라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이 등장한 건 벌써 30년이 다 돼 간다. MBC '일밤-이경규가 간다'에서 김영희 PD가 방송 최초로 자막을 넣기 시작, 2000년대 들어서는 자막 없는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다. '언어'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고,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요즘 언어'가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신조어, 줄임말, 비속어 남발에 관한 의견은 계속해서 엇갈리고 있다.
방심위는 "방송에서 오직 흥미만을 목적으로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의도적인 표기 오류 표현 등을 남용한 것은 방송의 품위를 저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한글 파괴를 우려했다.
이어 "올바른 방송언어 사용을 방송사에 지속해서 권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방송이 국민의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 동시대에 유행하는 언어의 흐름을 뒤쫓기보다는 올바른 방송언어 사용에 앞장서 품격 있는 방송으로 시청자와 소통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한국PD연합회는 방심위의 법적 제재가 부당하다며 의견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PD연합회 관계자는 "욕설, 비속어, 혐오 표현 등이 아닌 신조어, 인터넷 용어 등으로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문제가 된 자막들은 실제 생활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다. 현실에서 사용하는 살아있는 말들을 배제한 채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느냐"며 창작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재 대상 중 일부 신조어는 국어학회가 새로운 단어로 인정해 사전에 실렸다는 근거도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한국 리서치에서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를 보더라도 언어로 인한 세대 간 간극을 짐작해볼 수 있다. '야민정음' 같은 변용된 한글 사용에 관해 40~50대는 '언어폭력'으로 인식했고, 반면 20~30세대는 '언어유희'로 느꼈다고 답변했다.
50대 여성 경모씨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아이들과 함께 TV를 보다가도 홀로 웃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대 간 단절에 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30대 남성 이모씨는 "방송에서 신조어·줄임말을 쓴다고 해서 세대 간 단절이 심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신조어가) 주로 자막에서 쓰이고 있는데, 자막이 갖는 효과가 세대 간 단절을 초래할 만큼 크지 않다. 너무 많은 양이 쓰인다면 문제가 클 수 있지만 아직은 과도하지 않다고 본다. 신조어는 항상 존재해왔다. 신조어가 세대 간 단절을 야기한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혐오 표현이나 성차별적 표현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았다. 벌레 '충(蟲)'자를 붙이는 혐오 표현이나 장애인이나 기타 소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표현도 아무렇지 않게 쓰여 문제가 됐다. 이 같은 문제적 언어가 TV 프로그램까지 퍼지며 혐오 표현이 단순히 재미를 위해 사용되고 대중적으로 쓰이다 보니 죄의식이 덜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30대 여성 최모씨는 "이따금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놀랄 때가 많다. 아이들이 미디어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데 'OO충' 등의 혐오적 표현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그런 표현을 배울까봐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신조어는 시대의 거울이다. 사회 현상을 담아내며 우리 일상에서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국어학회에서는 '덕후' '핵인싸'처럼 자주 쓰이는 신조어를 새로운 단어로 인정, 국어사전에 올리고 있다. 언어의 생명력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예다.
그러나 파급력이 센 예능 프로그램이 단순히 웃음을 위해 신조어를 남발, 본래 뜻과 다르게 변질해 혼란을 주거나 혐오 표현까지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한글 파괴는 물론 어린아이들의 언어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창작자들도 시청자들도 함께 언어 습관을 돌아보고 정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