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美中 반도체전쟁, 한국은 '기술 꽃놀이패' 쥔 것

2021-05-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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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교수]
 
“4차산업혁명의 쌀”을 훔치려는 쥐, 쥐를 잡으려는 고양이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요즘 어지간한 기기에 반도체가 안 들어간 곳이 없다. 반도체는 일상생활용품의 필수부품이기도 하지만 이제 국가의 운명도 바꿀 “4차산업혁명의 쌀”이다.
인류는 3차례의 산업혁명으로 세상을 변화시켰고, 세계 패권의 변화도 가져왔다. 증기혁명의 시대는 영국이 세계의 패권국이었지만 자동차와 정보혁명의 시대가 되면서 세계의 패권은 미국으로 옮겨갔다. 이제 세상은 4차산업혁명의 문턱에 들어섰다.

다가올 4차산업혁명에서도 미국이 정보혁명에 이은 3연속 패권을 잡을 지가 관심이다. 4차산업혁명기술은 핸드폰과 자동차 그리고 가전기기 등의 사용에서 빅데이타를 만들고 여기에서 IP를 뽑고 이것을 통해 AI를 만들어 로보트의 머리에 집어 넣는 경쟁이다. 그런데 반도체가 없으면 핸드폰과 자동차 그리고 가전기기도 그냥 플라스틱과 쇠덩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빅데이타와 IP, AI,로보트도 반도체 없으면 안된다. 그래서 반도체는 “4차산업혁명의 쌀”이다.

실리콘을 재료로 하는 반도체는 미국이 장비, 재료, 소재, 디바이스의 모든 분야에서 기술을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반도체생산에 일본과 한국이 뛰어들었고 이젠 대만과 중국이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민주국가 일본, 한국, 대만은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어 별 문제가 없지만 몸집을 키워 이젠 미국에 대항하고 패권을 탐내는 중국은 다른 문제다.

세계의 제조공장이긴 하지만 반도체기술이 없는 중국은 미,중의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기술확보에 혈안이 되었다. 중국은 반도체 기술을 살수 있으면 사고, 훔칠 수 있으면 훔치고, 베낄 수 있으면 베껴서 라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에서도 패권을 노리는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기술 확보에 대해, 국방부, 상무부, 의회까지 모두 나서 반도체기술의 대중이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중국으로 반도체기술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2019년 중국최대의 통신장비회사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시작으로 중국최대의 반도체회사인 SMIC까지 미국기술이 10%이상 들어간 소프트웨어와 기술 장비 제품의 공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중국을 반도체에서 고립시키려고 하고 있다.

돌과 빛으로 만드는 황금, 기술이 아닌 장비가 문제

반도체는 모래사장에 널린 규소를 9자가 11번 들어가는 99.999999999%의 고순도로 정제한 실리콘 웨이퍼에 각종 회로를 빛으로 인쇄해 만든다. 무게로 따지면 반도체는 황금보다 더 비싸다. 그래서 반도체는 돌과 빛으로 만들어내는 21세기의 황금이다.

반도체는 누가 더 미세한 회로를 웨이퍼에 그려 넣는 가의 싸움이다. 그래서 반도체는 나노미터(nm:10억분의 1m)단위의 경쟁이다. 한국의 삼성과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 3개 기업만이 7~5nm급의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중국 1위의 반도체기업인 SIMC는 3세대 이상 뒤진 14nm급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지금 세계는 5nm급이하 생산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5nm급의 회로를 그리려면 극자외선 노광장비(EUV)가 필수인데 이 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하고 있다. 대만의 TSMC가 1000억달러를 투자해 3년내 3개의 첨단반도체라인을 짓는다 든지,미국에 6개의 반도체 라인을 건설하겠다는 등의 발표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수급이다.

10만개이상의 부품과 조립에만 5개월이상 걸린다는 대당2천억원이 넘어가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ASML은 2020년에 35대를 생산했고 금년에도 45-50대를 겨우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최첨단 로직 반도체라인에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가 라인당 10-20대, DRAM라인에는 2-10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ASML의 EUV장비에 공급한계가 있어 최첨단 반도체라인이 마구 건설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극자외선 노광장비(EUV)판매를 금지시켰고, 그보다 한단계 낮은 심자외선 노광장비(DUV)의 공급도 제한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을 제지하려 하고 있다.

반도체는 미국에는 안보, 중국은 심장, 한국에게는 방패다.

“산업의 쌀”인 반도체는 지금 전세계가 공급부족 상황이다. 그리고 미,중의 기술전쟁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4차산업혁명을 앞두고 21세기에는 “반도체를 장악하는 자가 세상을 장악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도체기술 종주국,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전쟁에서 반도체를 “국가안보”로 격상시켰다. 국방부와 상무부가 직접 반도체기술 보호에 나섰고 의회가 여야 만장일치로 반도체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핸드폰, 노트북, 디지털TV, 전기차의 세계 최대생산지이자 소비자로 부상한 중국은 반도체를 “산업의 심장”으로 격상시켰다.

이제 반도체는 “미국의 안보”와 “중국의 심장”의 싸움이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침공 하고 싶어도 대만이 전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64%를 장악하고 있어 대만 파운드리 반도체공장이 파괴되면 미국 IT산업의 존망이 달려 있어 미국의 즉각적인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어 대만을 무력 침공하지 못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미국은 세계반도체 판매점율은 47%지만 생산점유율은 12%에 그치고 있고 35%만큼의 생산은 아시아의 한국과 대만이 대신해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반도체동맹으로 고립시키려 할 때 한국이 빠지면 반도체동맹에 큰 균열이 생긴다. 특히 DRAM의 경우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72%, 파운드리에서도 17%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게 반도체는 미·중 기술전쟁에서 한국을 지켜줄 “실리콘 방패”다.

우리는 한국반도체산업을 대만의 파운드리 회사와 비교하면서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파운드리는 IDM과는 기술의 차원이 다르고 한국은 파운드리에서도 기술이 대만에 뒤지지 않는다. 단지 DRAM이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에 올인하지 않기 때문이고, 핸드폰의 경쟁자들이 삼성에 파운드리를 맡길 경우 기술유출의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에 점유율이 낮은 것이지 기술력이 낮은 것은 아니다.

한국, 미국과 중국과의 반도체전쟁에서 꽃놀이패를 쥐었다. 미국도 중국도 한국 없이는 동맹이건 제품 구입이건 간에 문제가 생긴다. 한국, 단군이래 처음으로 세계시장에서 72%대의 점유율을 가진 기가 막힌 무기가 있기 때문에 미중과의 기술외교에서 스스로 지레 겁먹고 자기비하에 빠질 필요 없어 보인다. 반도체를 방패로 당당하게 대응하면 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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