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한·일 관계가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 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구상을 타진했던 정부가 환경문제로 암초를 만나면서다.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로 강경 대응할 방침을 추진 중이다. 일본 오염수 방류가 한국 해양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파악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일본도 이에 반발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한·일 관계 개선은 물론 한·미·일 3각 공조 조성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한 국제 사법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국제 재판은 아직 방출이 시작되지 않았고, 오염수에 대한 데이터도 없어 실현이 어렵다고 봤던 안건이지만 사전 대응을 위해 문 대통령은 제소 방안을 돌파구로 삼았다. 제소 방안에는 잠정 조치도 포함된다. '잠정 조치'란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내릴 때까지 일본이 방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뜻한다. 2년 후에 방류가 결정되는 만큼 우리 정부도 충분한 정보를 확보해 대응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가 국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양국 관계개선은 당분간 출구를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에서도 비판 의견이 나온다. 사토 마사히사 일본 자민당 외교부회장(참의원)은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허세 그 자체"라며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면 큰 망신"이라고 주장했다.
7월 도쿄올림픽을 대화개선을 위한 모멘텀으로 삼던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기조를 바꾼 데에는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 등을 고려한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북한 불참으로 우리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떨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6일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며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냉전 중인 북·일 관계도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북한의 올림픽참여 재추진을 설득할 계획이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도쿄올림픽 개막까지 99일이 남은 상황이지만, 일본의 도쿄올림픽 개최 의지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일본 아사히신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69%가 7월 올림픽개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논란, 코로나19 방역 등 악재가 겹치면서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중이다. 오는 17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앞서 미국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를 두고 "일본의 결정은 국제 안전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일본은 미국 측의 지지를 확보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이 일본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미·중 패권갈등 가속화로 중립 외교를 추진 중인 정부의 외교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