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역의 고령화로 인해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방치된 빈집은 단순히 부정적인 영향을 넘어 지역사회의 큰 문제로 작용한다. 이에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문제가 된 빈집 활용부터 정비까지 다양한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최근 ‘농촌 빈집 실태와 정책과제’ 연구를 통해 실태를 살펴봤다.
농촌의 급격한 노령화 현상과 빈집 문제 대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촌의 빈집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전력공사에서 제공하는 주택용 전력 계약 가구의 전력 사용량 데이터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빈집실태조사’ 등 통계자료를 활용했다.한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농촌 빈집은 26만524가구로 전체 주택의 4.99%를 차지했다. 2010년 이후로 2019년까지 약 26만 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농촌빈집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농촌 빈집은 5만5750호로 전체 농촌 지역 일반 단독주택 수 기준 3.05%를 기록했다.
한전 자료를 기준으로 농촌과 도시의 빈집 비율을 분석하면, 농촌 지역의 빈집 문제가 도시보다 심각했다. 전국 빈집의 39.9%는 농촌에 있으며 빈집 비율도 도시보다 약 1.9배 높았다. 농촌 중에서도 특히 면 지역은 읍 지역보다 빈집 비율이 높았다. 면 지역의 빈집 비율은 6.48%로 읍 지역의 3.36%보다 약 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시·도로 범위를 넓혀보면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빈집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라북도의 빈집 비율은 7.43%, 전라남도는 6.92%에 달했다. 농촌빈집실태조사에서도 전체 단독주택 수를 기준으로 한 빈집 비율은 전라북도가 4.82%, 전라남도는 3.42%에 이른다.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농촌의 빈집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농촌 지역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형적으로 농촌 지역을 분류하는 기준이 되는 평야 지대, 도시 근교, 도서 지역 등 지리적 입지 특성의 차이보다는 농촌 내 고령화·과소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농촌 내 빈집은 취약지역에 편중되는 경향도 발견할 수 있다. 각 시·군의 농어촌서비스 기준 이행실태 결과에 대해 한전자료 및 농촌빈집실태조사 자료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빈집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취약지역일 확률이 높았다.
농어촌정비법과 해외 사례 통한 해결책은?
농어촌 빈집 문제에 관해 해외 정책의 사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영국에서는 내구성이 강한 석조 주택이 많고 시장에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해, 빈집 대책 또한 철거보다 재활용에 중점을 뒀다. 반면 일본은 목조주택이 많고 농촌 인구 감소에 따라 주택 수요가 부족해 철거에 집중했다.
영국은 지역사회단체, 민간부문의 주택 수리 회사, 부동산업자 등이 공공부문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빈집을 수리하고, 일본은 지자체 차원에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빈집문제에 대응했다.
두 국가 모두 실질적인 빈집 대응 업무는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으며, 빈집이 사유재산이지만 지역 주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안, 빈집 방치를 줄이기 위한 공적인 규제 수단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선 ‘농어촌정비법’ 개정 등 정부 차원의 빈집 관련 정책 추진체계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농촌의 지역개발과 주거 정책의 일환으로 빈집 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도록 장려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빈집 정비계획 및 빈집정비사업 방안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것이 좋다.
중장기적으로 농촌의 주거환경 개선을 염두에 두고, 빈집 혹은 철거 이후 나대지 등 관련 자산의 종합적 활용 방안의 고민도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빈집정비사업을 고려하는 지역사회 주체들에게 빈집실태조사 항목이 포함된 농촌 주거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빈집 소유자가 빈집을 자발적으로 관리하도록 빈집정비사업 실시와 실태조사 추진 및 빈집정보시스템 구축 방안 등의 마련도 좋은 해결책 중 하나다. 빈집 소유자가 지자체장의 정비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해 강제적으로 빈집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으로 농촌 지역사회와 민간부문의 자발적 실천이 활성화되려면, 지역사회 주체들이 빈집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농촌 주거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등 지역활동조직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지역 중간지원조직이 농촌 빈집 자산의 활용 및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주체 간 상호 협력과 다방면 연계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정문수 KREI 부연구위원은 "소유자가 빈집을 자발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자체장의 정비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며, 지자체가 행정조치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개선책의 마련도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