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여곡절 끝에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에 등극할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여당의 요구에 번번이 소신을 꺾는 모습을 보이며 국가 채무를 역대급으로 키웠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30일 기재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2018년 12월 11일 공식 취임해 31일자로 재임 842일을 맞는다.
홍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경제사령탑이다. 임명 당시만 해도 홍 부총리가 롱런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최장수 기재부 장관 타이틀을 달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있다. 위기 대응 과정에서 컨트롤타워를 바꾸기 어렵고, 새로운 후보를 선임해 인사청문회 등을 준비하며 소모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한 점도 작용했다.
홍 부총리는 '방역이 곧 경제'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위기 대응의 선봉장에 섰다. 홍 부총리의 지휘 아래 기재부는 지난해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1년에 네 번이나 추경을 편성한 것은 59년 만이다. 올해에도 1분기가 끝나기도 전에 14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는 등 코로나19 피해계층 지원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그는 이와 함께 관계부처와 31회에 걸쳐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했다. 부동산 경기 과열 대응도 기재부의 몫이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8월부터 18차례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에 대해 대국민 담화문을 내놓았으며,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처벌할 3·29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국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번번이 소신을 꺾으며 기재부의 역할인 정책 결정 조율 권한을 국회로 넘겼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1차 재난지원금 논의 당시 전 국민 지급에 반대 목소리를 냈으나 결국 전 국민 지급이 집행됐다. 2차 지원금에 대해서도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현재 4차 지원금까지 지급 중인 상황이다.
정치권과의 갈등은 대주주 요건 강화 사태에서 정점을 찍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을 의식한 정치권은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하라고 강요했고, 홍 부총리가 사표를 던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홍 부총리가 재정 건전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는데도 국가채무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추경안에 따르면 올해 말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8.2%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3%로 악화할 전망이다.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인사 적체 문제도 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규모 인사를 내면 업무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지난 3월 과장급 인사가 50% 규모로 축소된 데에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