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메기 선생' 백기완, 파란만장 삶 뒤로하고 영면

2021-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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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15일 향년 89세 별세

한국 민주화운동 상징...평생을 통일운동에 힘써

고인 발인 19일 오전 8시...장지 마석 모란공원

이낙연·김부겸 등 다녀가..."민중의 튼튼한 뒷배"

유족, 文대통령 조화도 거부..."생전 고인의 뜻"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 모습.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 생활을 이어온 고인은 지난 15일 오전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사진=박경은 기자]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마침내 영면에 접어든다.

평생을 통일운동에 할애한 백 소장의 이름 앞에는 '노나메기 세상'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노나메기'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모두가 올바로 잘사는 세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백 소장은 가는 길마저 자신을 향한 수많은 조화를 거부하며 노나메기 정신을 실현했다.

그는 생전 자신의 죽음에 조화를 보내는 대신 소외된 사람들과 투쟁하는 사람들을 위해 힘써달라는 깊은 뜻을 남겼다. 자신에게 주어진 영예와 사치를 모든 투쟁하는 민중에게 돌려준 셈이다.

고인의 발인은 19일 오전 8시이고 장지는 마석 모란공원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백 소장의 빈소에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 국내 유명 정치권 인사들과 시민들이 다녀갔다. 평생을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힘쓴 고인의 명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박 원장은 이날 오후 2시 35분경 빈소를 찾아 짧게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한 뒤 식장을 떠났다. 소회, 생전 고인과의 인연 등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는 묵묵부답했다.

박 원장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 우원식·김두관 의원 및 김부겸·이석현 전 의원도 다녀갔다. 김부겸 전 의원은 방명록에 고인에 대해서 "민중의 튼튼한 뒷배"라고 적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박 원장은 조문 소회, 생전 고인과의 인연 등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묵묵부답했다. [사진=박경은 기자]


백 소장의 빈소에는 그가 생전 대중집회에서 연설할 당시 모습이 담긴 영정사진이 놓였다. 영정사진 속 백 소장은 마이크 앞에서 손가락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고 대중 앞에서 열렬히 투쟁하고 있었다.

헌화를 마치고 둘러본 식장에는 그 흔한 조화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유족들이 조화를 거부한 까닭이다. 청와대 역시 별도로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지 못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오전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빈소를 직접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문 대통령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백 소장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백 소장이 생전 정부 노력에 대한 찬사 의미로 '하얀 손수건'과 직접 집필한 책 <버선발이야기> 한 권을 남겼다면서 직접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 생활을 이어온 고인은 지난 15일 오전 향년 89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1932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장편시 '묏비나리'를 지었는데, '묏비나리'는 추후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의 모태가 됐다.

이밖에도 백 소장은 1964년 한·일 회담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1974년에는 긴급조치 1호의 첫 위반자로 옥고를 치렀다.

백 소장은 또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제헌의회파(CA)' 그룹 추대로 출마했다가 이른바 '양김(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보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하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고인에 대해 "불의에 맞서 물러서지 않고 돌진하던 용맹한 투쟁가였고 민중의 아픔을 현장에서, 거리에서, 광장에서 끌어안던 우리 시대 큰 어른이자 참 스승이었다"라고 평가했다.

 

18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 현수막. [사진=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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