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0%를 기록하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逆)성장했다. 이마저도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치며 선방한 수준이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22년, 수출은 3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GDP는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1998년(-5.1%) 이후 최저치인 동시에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에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지난해에는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민간소비와 수출은 감소 전환했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5.0% 줄어들면서 1998년(-11.9) 이후 2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은 2.5% 감소해 1989년(-3.7%) 이후 3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 쳤다. 수입 역시 3.8% 줄어 2009년(-6.9%)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다만 수출은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였다. 연간 기준으로 수출은 2.5% 줄었으나, 3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16.0%, 4분기에는 5.2% 증가했다.
그러나 민간소비는 하반기에도 충격이 이어졌다. 3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0%, 4분기에는 -1.7% 성장률을 보였다. 코로나19 3차 확산 영향이 컸다. 2019년 4분기 민간소비를 1로 봤을 때, 지난해 민간소비는 1분기 0.94, 2분기 0.95, 3분기 0.95, 4분기 0.93이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서비스업, 그중에서도 대면 서비스업이 크게 위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3%로 전년과 동일했다. 유가 하락 등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 GDP 성장률(-1.0%)을 상회했다. 실질 GDI는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 GDI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의 소득 여건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000달러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2019년(3만2115달러)보다 소폭 낮아진 수치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뒷걸음질 쳤으나,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역성장 폭은 작을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2019년(2.0%) 대비 지난해 성장률 하락폭은 3.0%포인트인데, 지난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중국도 전년 대비로는 -3.7%포인트 하락하는 등 대부분 국가가 5~7%포인트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박 국장은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지난해 하반기 들어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서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데 기여했다"며 "여기에 온라인 쇼핑 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 민간 소비가 더 크게 악화하는 것을 막아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식당 등 취약계층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어 정책 당국이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