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행장 전원 유임 … "고인 물 너무 많다" 인사적체 불만 고조

2020-12-3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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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부행장은 1명 … 본부장 이하 임금피크 대상자 급증

산업은행이 기존 9명의 부행장 유임을 결정했다. 신임 부행장 승진자는 단 1명에 그쳤다. 은행측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한 결정이고 밝혔지만, 내부에서는 그동안 고질병이었던 인사적체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이 기존 부행장을 모두 유임시키면서 은행 내부에서 인사적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사진=산업은행]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기존 9명의 부행장을 유임했다. 부행장 전원이 유임한 것은 그동안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신임 부행장(박선경 현 준법감시인)에 1명인 선임됐는데, 이는 최대현 부행장이 선임부행장(신설)으로 승진하면서 생긴 공석 때문이다.

부행장 승진자만 따졌을 때도 최근 들어 가장 적은 수다. 산은은 앞서 지난 2016년 4명의 부행장 승진인사가 나온 데 이어 지난해에는 부행장 9명 중 5명을 교체했다.

산은 한 관계자는 "부행장 인사에서 기존 부행장 9명 전원이 유임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고질병이었던 인사적체가 이번 부행장 승진인사에서 해소되지 않아, 내부 불만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행장 승진 폭이 줄면서 15명의 본부장 중 절반가량인 7명은 정년 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입사 연도가 1990년에서 1992년인 임직원이 두드러지게 많다. 작년말 기준 산업은행 임직원은 3156명이다. 보통 30년간 일을 한다면 매년 100명 정도가 입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1990~1992년엔 평년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인력을 채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실장급 이상의 고참급 인사들인데 위로 부행장들이 유임되면서 인사 적체가 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임금피크제 적용 비중 인력만 늘어가고 있다.

9월 말 기준 산은의 임직원 중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은 10%(316명)에 달한다. 같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임금피크제 직원 비율이 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3배가량 높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2022년 산은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비율은 17%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50대 이상 직원비중도 40%를 넘었다.

산은 인사적체의 또다른 원인은 2014년 이후 희망퇴직자가 없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을 신청해도 임금피크제 기간 급여에 45%만 받을 수 있어 나가기보다 버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인사적체가 심화하면서 신입채용 인원도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8년 72명이던 신입채용 인원은 지난해 60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50명만 채용했다.

이는 매년 조직 슬림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고 있는 시중은행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신한·K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을 퇴직하는 직원 수는 2000명을 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54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명예퇴직 접수에는 작년(305명)보다 50% 넘는 445명이 몰렸다. 농협은행에서도 503명이 신청했고, 이달 31일 회사를 나가는 퇴직자는 496명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퇴직자 356명보다 40% 늘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직원은 올 초 명예퇴직으로 각각 462명, 250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 결과 올해 5대 은행의 임직원은 전년 대비 1000명 이상 감소했다. 반면, 산은 임직원은 올해 6월 말 1만3275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51명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의 인사적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의 유임이 결정으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고인물이 너무 많아 지면서 조직의 유연성이 하락하고 남은 인력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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