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사태 키웠다?···​ 권력비리 관점서 접근해야

2020-1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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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3人 지상좌담회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선언에서 시작된 '사모펀드 사태'는 1년이 지난 현재도 해결되지 않으며 역대 최대의 금융사고로 비화하고 있다. 은행·증권사·운용사·수탁사 등 금융투자업계 구성원 대부분이 사태에 연루됐다. 피해 규모의 양과 질 면에서 과거 어떤 금융사고와도 비교되지 않는다. 최운열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노희진 SK증권 감사위원장 등 전문가 3인에게 금융투자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과 해법을 들어봤다. 

-다수 사모펀드에서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을 꼽자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운열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하 '최')=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의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 사태라고 봐야 합니다. 첫째로 원인을 따져보면 금융당국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현재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위원장이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모두 총괄하기 때문에 감독 기능이 산업정책의 하위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입법 차원의 미흡함도 있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 막바지 통과됐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2015년 이미 갖춰져 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미리 차단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이하 '윤')=환매중단된 사모펀드는 매우 많고 중단 사유가 다른 면이 감안되어야 합니다. 라임, 옵티머스 등 큰 문제가 된 사모펀드들은 포장과 내용물이 다른 사기상품이었습니다. 1차 책임은 당연히 제도를 악용한 운용사에 있습니다. 감독의무를 소홀히 한 금융당국의 책임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사태 모두 금감원 직원들이 연루되어 있죠. 옵티머스 관련 민원이 7차례 접수되는 등 사전에 부실이나 불법행위를 막을 기회가 있었는데, 때를 놓치면서 피해가 커진 정황이 분명해 보입니다.

▷노희진 SK증권 감사위원장·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하 '노')=현재 사모펀드 사태는 일부가 아니라 다수 펀드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환매 중단은 운영상의 문제로, 고객들에게 투자금과 수익을 돌려줄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없을 때 발생합니다. 일부가 아닌 다수 사모펀드에서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은 현재 사모펀드 운영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금융위원회가 시행했던 사모펀드 시장 관련 규제 완화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바람직했다고 봅니다. 다만 규제완화에 상응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미흡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의 규제완화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자동차 성능을 개선시켜 속력을 높일 수 있게 했다면 이것이 자동차 사고 유발을 위한 것인가 묻고 싶네요. 당시 규제완화는 투자 다양성 확보를 위한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투자 선순환 환경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진행된 규제완화를 사기행각의 원인으로 본다면, 규제완화는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라임, 옵티머스 사태는 규제완화 보다는 권력의 비대화와 권력의 비호 등 권력 비리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정책방향은 맞았다고 봅니다. 당시 시중에 수백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이 돌아다녔고, 이것이 부동산에만 몰릴 경우 사회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유동성을 생산적 금융으로 유도하는 채널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했기 때문에 금융위가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 했던 방향 자체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감독당국이 이런 점들을 예상하고 대비했다면 오늘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최소투자금액 상향과 업계 구성원 간의 견제 강화 등 제도 개선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노=최소투자 금액 기준 설정은 국제적 기준을 고려해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미국에서는 적격투자자가 되려면 연간 수입이나 재산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홍콩의 경우는 사모펀드 투자금액 기준은 약 5000만원 수준입니다. 또 사모펀드 문제는 주로 펀드 운용자가 야기하는데, 이에 대한 감시 감독은 수탁사와 판매사에게 맡기기 보다는 금융 감독 당국이 맡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최소투자금액을 낮춘 것 자체만으로 잘못했다고 볼 순 없습니다. 투자금액이 5억원, 혹은 1억원이더라도 문제는 생겼으리라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는 투자자들이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또한 규제를 되돌리기 보다는 현재 만들어진 금소법을 보다 강화하고, 문제가 생기면 금융사에 철처히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제도를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윤=이번에 대책으로 제시된 방안들을 보면 다 챙기지도 못할 규제를 양산하는 모습입니다. 3년 안에 사모펀드 전수조사하겠다는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바람에 금융사들에게 일을 떠넘겨 놓았다는 원성이 벌써 자자하지 않습니까. 규제 자체와 함께 규제의 집행 메커니즘과 감독 담당자들의 도덕적 해이 등 규제의 소프트웨어적 측면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사모펀드 사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의아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옵티머스 사무수탁업무를 맡은 예탁결제원이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제4-96조 적용을 받느냐 안 받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적용을 받는다면 일반사무관리회사로서 주어진 점검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서 아주 큰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투협이 유권해석 해야 한다고 떠넘기고, 금투협은 금융위가 자본시장법에 대한 해석을 내려줘야 한다고 버텼습니다. 국정감사 이후 석 달이 지나서야 답변을 내놓는데 결론은 이렇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이고 재판이 예정돼 답변할 수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 나온 제도개선 방안을 보면, 금투협의 자율규제 기능 강화가 들어있습니다. 주어진 역할도 못하고 있는데, 강화를 하겠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현재 판매사를 통한 손실 보전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노=운영사, 판매사, 투자자의 책임에 비례한 배상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운영상의 잘못이 있다면 운영사의 책임이고, 판매 시 설명의무 위반 등 판매상의 잘못이 있다면 판매사도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 책임의 경중에 따라 비례하여 배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다만 투자자들 또한 자기책임의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이익이 나면 투자자의 몫이 되고 손실이 나면 전가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페어펀드(Fair Fund)의 경우 손실을 제3의 재원으로 보상해 주는 성격이 있어 투자 원칙에는 어긋나는 점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최=기본적으로 금융상품, 특히 사모펀드는 투자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문제가 된 펀드들처럼 사기적 운용 정황이 있다면 법원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야겠죠. 특히 현재 금소법에 규정된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징벌적 손해배상 수준으로 확대해 비윤리적인 운용행위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도록 예방해야 합니다. 수익보다 처벌이 몇 배 더 크다면 사기도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윤=금감원 분쟁조정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피해자들에는 희망고문, 금융사들에는 배임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권고 성격의 분쟁조정 결정을 금융사가 수용하지 않자 소위 평면적 구속력, 즉 강제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금융사는 분쟁조정 결정이 권고 수준이라 따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분쟁조정 결정이 설득력이 없어서 따를 수가 없다고 합니다. 분쟁조정의 칼날이 더욱 예리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금융사 거부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소송까지 가게 될 경우, 소송지원 등 사후지원책에 대한 검토도 필요합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라임펀드 제재심에서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에 대해 CEO 중징계를 포함한 징계안을 의결했습니다.

▷최=해당 회사가 문제가 크다면 회사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징계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CEO에게 내부통제 이유로 징계 내린다면, 금감원도 감독 소홀과 내부통제 미비로 책임져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또 내부통제 작동의 책임을 CEO에게 묻는 것도 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상품을 CEO가 다 챙길 순 없습니다. 외국에도 찾기 어려운 사례라고 봅니다.

▷윤=금감원은 행위자와 감독자를 처벌하는데, 최근에 와선 고위 간부를 사건 관련 ‘행위자’로 규정함으로써 자연스럽게 CEO까지 ‘감독자’로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사건만 터지면 CEO를 처벌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버텨낼 CEO가 별로 없겠지요. 여러 측면에서 금감원 행위에 근거가 없다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연초에 시작된 (은행권 CEO 징계 관련) 소송은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았어요. 감독실패에 대한 책임을 금융사로 돌리기 위해 계속 무리한 제재심 결과를 내놓는 것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노=징계는 잘못한 책임에 비례해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약 증권사가 '사기성 펀드'인 줄 알면서 투자자에게 판매했다면 중징계가 필요하겠죠. 다만 그런 상황을 사전에 모르는 상태에서 일반 금융상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판매했고,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것이라면 현재와 같은 중징계는 과하다고 봅니다. 

-이원화된 현행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노=금융을 독립된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감독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즉 산업 정책의 하위 기능으로 감독정책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와 금융사에게 감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감독 역할을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감독기관이 금융사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윤=최근 일어난 금융사고들은 현행 금융감독체계에서의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면이 있습니다. 다만 금감원이 금융위의 압박으로 인해 감독권한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금융위의 역할과 금감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각각 그 책임을 다했는지는 별개로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현재로서는 모두 조직 스스로 문제점은 없는지 자기 개혁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산업정책은 본질상 시장을 발전시키려는 속성을 갖습니다. 금융산업의 경우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오게 되죠. 이 과정에서 부작용을 체크하고 예방하는 것이 감독정책의 기능입니다. 그러나 두 기능이 한 곳에 모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산업정책이 상위에 가게 됩니다. 금융위원장이 산업과 감독 모두를 총괄하는 구조에서는 이를 막을 수 없습니다. 또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에 국제금융, 국내금융이 분리되어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다만 정부 조직 개편 문제는 중도에 시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음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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