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낙화’·‘고사’ 등을 남긴 시인 조지훈(본명 조동탁·1920∼1968)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뜻깊은 전시가 열렸다.
조지훈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빛을 찾아가는 길, 나빌네라 지훈의 100년’ 개막식이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박물관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정진택 고려대 총장·강제훈 고려대 박물관장·조지훈의 3남 1녀 중 막내 아들인 조태열 전 유엔 대사 등이 함께 했다.
조 전 대사는 “돌아가시기 3~4년 전부터 아버지를 모시고 사랑방 서재에서 함께 잤다”며 “마치 지금 서재에서 아버지와 함께 하고 있는 것 같다. 체취도 느껴지는 것 같다”며 감개무량한 마음을 전했다.
고려대 박물관은 2003년 유족이 기증한 770여점의 유품들을 전시했다. 유필원고 171편과 두루마기·안경·펜 등 다양한 유품들이 관람객들에게 공개됐다.
박물관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 생전에 조지훈이 입었던 갈색의 고풍스러운 두루마기를 볼 수 있으며, 1946년 발간된 ‘청록집’과 1952년 발간 된 ‘풀잎단장’ 등도 만날 수 있다.
단 2점뿐 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조지훈이 남긴 휘호도 전시장 한켠에 걸려 있다.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이 읽다가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송나라 대혜종고(1098~1163)의 대혜어록 중의 한 구절이다.
최초로 공개되는 조지훈의 육필 미발간 시집 ‘지훈시초’ 원본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조지훈의 첫 단독 시집 원고였던 ‘지훈시초’는 288자 원고지 42매로 구성됐다. 조지훈이 속표지에 해당하는 원고지 첫 장 ‘조지훈시집’이라고 정서해 놓은 만큼 독립된 시집의 초고로 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수록된 시어를 분석해보았을 때 1943년에서 1945년 무럽에 만들어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훈시초’의 압축판이 ‘청록집’이었고, 확장판이 ‘풀잎단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시품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본 조 전 대사는 “아버지의 작품들이 가진 의미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전시다”며 감격해했다. 전시는 2021년 3월 20일까지.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고려대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오는 11일에는 ‘조지훈 탄생 100주년 기념 강연·추모좌담회’, 오는 13일에는 학술대회 등이 열린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조지훈 시 낭송 축제’도 오는 12일에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