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순환(雙循環) 전략’은 중국 제3의 혁명?
중국공산당은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를 개최한다. 중앙위 전체회의는 1년에 한 차례 열리며, 이번 회의 참석 범위는 중앙위원 204명과 후보중앙위원 172명을 포함한 376명이다. 여기에 전문가와 학자들이 초청된다. 회의는 인민해방군이 경영하는 베이징(北京) 서쪽 징시(京西)호텔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번 19기 5중전회의 의제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집행될 제14차 5개년 경제계획을 확정하고, 이후 2035년까지 적용될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원경(遠景·장기) 목표와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공산당 간부들의 당 이론 학습을 위해 발행되는 ‘학습시보(學習時報)’가 지난달 9일 “쌍순환(雙循環) 신발전 국면을 정확히 인식하고 파악하자”는 논평을 게재해서 중국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진핑 당 총서기가 최근 경제사회 영역의 전문가들과의 좌담회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이론”이라고 소개하면서 이 이론은 “국내 대순환을 주체로 하고 국내와 국제 쌍순환이 상호 발전을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구조이론으로, 1980년 개혁개방 정책이 채택된 이래 우리 중국의 경제발전을 지도해왔을 뿐만 아니라 마르크스주의 정치 경제학의 새로운 경계를 개척해온 이론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 중국이 높은 발전단계에 들어서서 부딪친 각종 중장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한 새로운 전략적 조치”라고도 설명했다.
학습시보는 “20세기 1980년대 이래 중국은 글로벌화의 파도를 타고 국제대순환 구조에 의존하는 국내 시장경제 개혁을 시작해서 내부 시장화(市場化) 구조를 건설하는 대순환의 외향형 발전 전략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해서 중국경제의 쾌속발전을 지속시키는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 외향형 발전 전략은 다음과 같은 폐단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첫째, 글로벌화의 이점이 점차로 줄어들고, 분배 방식의 변화로 글로벌화 발전의 동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중국경제에 대한 외부의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중국의 경제발전 모델은 수출이 투자를 유발하는 모델에서 내수가 새로운 동력을 일으키는 모델로 변화했다. 둘째는 대국 간의 충돌이 기술발전의 ‘목을 누르는(卡脖子)’ 문제가 발생해서 중국의 기술발전에는 ‘기술수입-이식-모방-소화’라는 자주적인 창조모델이 필요하게 됐다. 셋째로, 시작도 끝도 외국에 있는 ‘양두재외(兩頭在外)’의 무역모델은 중국을 글로벌 가치사슬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서 비교우위 저수준의 함정에 빠뜨리는 위험을 조성했다. 새로운 국제협력 모델과 국제경쟁력이 필요하게 돼 중국은 필수적으로 국내 분업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전면적으로 강화해서 국내경제로 대외경제를 촉진하는 ‘이내촉외(以內促外)’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낼 필요가 발생했다.
학습시보의 주장은 한마디로 “수출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경제의 외향형 구조를 수정해서 내수가 대외경제를 촉진하는 내수 위주의 전략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주장은 중국이 1978년의 제11기 3중전회 이래 채택해온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전략이 외국과의 수출입을 강화하는 ‘이외촉내(以外促內)’의 경제전략을 수정해서 국내경제를 우선하고 대외경제 요소를 축소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중국 안팎에 충격을 주었다. 트럼프의 중국 기술발전에 대한 저지 시도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확산)이라는 두 가지 난관을 만난 시진핑 체제가 지난 40여년간 지속돼오던 개방형 경제를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내수 위주 경제구조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시진핑은 지난 5월 통일전선 조직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에 나가 경제계 인사들과 좌담회를 하면서 “국내 대순환 구조를 주체로 하고, 국내와 국외가 상호 촉진하는 새로운 쌍순환 구조를 조속히 건설해야 한다”는 언급을 했다. 시진핑 당 총서기는 8월 31일에 열린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같은 언급을 했으며, 블룸버그 통신이 시진핑이 말한 내수 위주의 쌍순환 구조를 ‘Dual Circulation’이라고 번역해서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톱 리더들은 다음 달에 앞으로 5년간의 경제전략을 확정하면서 국내 소비를 늘리고, 중요한 기술의 국내 비중을 높임으로써 세계 2위의 중국경제를 소용돌이치는 지정학적 긴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전략 설계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1921년 상하이(上海)에서 창당된 중국공산당은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 이래 산업혁명에서 앞서간 유럽과 미국의 반(半)식민지가 된 중국대륙에 마르크스 레닌 이론으로 무장한 마오쩌둥이 이끈 사회주의 혁명으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하기는 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기본 구조로 한 마오쩌둥이 이끈 첫 번째 혁명은 1950년대 이후 대약진 운동이라는 조급한 경제력 강화에 실패하고, 1966년에 시작해서 1976년에 마오가 사망함으로써 종결된 ‘문화대혁명’이라는 이름의 국내 정치 투쟁으로 실패로 귀결됐다. 첫 번째 혁명 이후 중국의 권력은 파리 유학생 출신의 덩샤오핑(鄧小平)이라는 지도자에게 넘어갔고, 덩샤오핑은 마오가 건설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사실상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이른바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는 두 번째 혁명의 길을 걸어왔다.
덩샤오핑의 두 번째 혁명은 중국인의 상인(商人) 본능을 자극해서 지난 40년 동안 빠른 경제발전에 성공하면서 중국을 GDP 세계 2위의 국가로 끌어올렸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하는 WDI(World Development Index · 한 국가의 GDP가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계수)는 2005년 4.81%에서 2018년 15.84%로 높아졌다. 이 기간에 미국의 WDI는 27.5%에서 23.91%로 낮아졌으며, 중국은 독일과 일본을 차례로 제쳐왔다. 덩샤오핑이 중국 경제를 쾌속 발전시킨 전략은 외국으로부터 FDI(Foreign Direct Investment)를 받아들이고, 미국과 유럽 시장과의 수출입 구조를 강화하는 ‘이외촉내(以外促內)’의 외향형 경제구조 건설 전략이었다.
시진핑이 최근 들어 중국 관영매체들이 전하는 것처럼, ‘이내촉외(以內促外)’의 내수형 경제 건설을 목표로 하는 전략을 이번 제19기 5중전회에서 채택한다면 앞으로 중국경제는 제3의 혁명의 길로 접어들게 될 전망이다. 마오의 제1혁명과 덩샤오핑의 제2혁명에 이은 시진핑의 제3의 혁명의 길로 중국은 접어들게 될 것이다. 물론 ‘쌍순환’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시진핑의 중국이 대외경제 교류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국내경제에서 내수의 비중을 점차로 높여나가는 제3의 혁명의 길을 걸을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기본 통화인 위안화(元貨)가 미 달러에 연동되는 페그 시스템(Peg System)을 채택하고 있어 외향형 경제를 내수 위주 경제로 전환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시진핑은 지난 10월 중순에 중국 남부 선전(深圳)에서 열린 경제특구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함으로써 덩샤오핑의 개혁개방과 특구개발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현함으로써 ‘이외촉내’ 전략이 빠른 시간 내에 ‘이내촉외’로 전환되지 않고 점진적인 템포로 진행될 것이라는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시진핑이 거듭 강조해온 쌍순환 전략은 결국 수출입에 의존하던 중국경제가 내수 위주의 경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커다란 방향을 제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20년 1~7월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는 전경련 집계로 중국이 25.8%, 미국 14.7%, EU 9.9%, 일본 5.2%의 구조를 갖고 있다. 일본으로부터의 산업 이전(移轉)으로 경제 발전을 시작한 우리 경제는 미국 의존형에서, 1992년 한중수교를 전후해서 중국 의존형 외향형 경제 구조를 갖게 됐다. 중국 경제라는 거함이 내수 위주의 방향 전환을 한다면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1위인 우리 경제도 방향전환을 할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특히 마오시대 제1의 혁명에 대한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치 지도부로서는 덩샤오핑의 제2의 혁명에 이어 진행될 전망인 중국공산당 제3의 혁명에 주목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