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가 현금 풀자 오히려 신용카드 빚 줄었다

2020-08-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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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6월 미국 신용카드 부채 1000억 달러 감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개인 신용카드 빚이 오히려 감소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현금 지원책을 내놓은 결과라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진=AP·연합뉴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실업률 증가는 신용카드 부채와 채무 불이행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앞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신용카드 부채를 늘릴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각국 정부가 국민에게 현금 지원과 대출 상환 유예 등 적극적인 조치를 내놓으면서 대다수 가구의 재정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것을 막았다. 신용정보회사인 에퀴팩스에 따르면 5월 중순 개인 대출은 3월 초와 비교해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오히려 감소했고 카드 결제대금을 연체하는 사람도 줄었다. 신용 대출 역시 줄었고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도 급감했다.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1000억 달러(약 120조원), 약 11% 줄었다. 미국의 회전신용(revolving credit)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역대 가장 가파른 감소세를 기록했다. 미국 내 연체 계좌도 이번에는 3분의 1가량 줄었다. 그간 연체 계좌는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역대 경기 침체 때마다 줄곧 증가세를 보여왔다.

유례없는 부양책을 쏟아낸 다른 선진국도 상황은 비슷했다. 2월부터 6월까지 캐나다에서 신용카드 빚이 11% 줄었고, 영국과 호주에서도 각각 14%와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로존에서도 신용카드 부채와 회전신용이 각각 5%씩 줄어들었다.

경제학자와 금융업계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지원을 내놓은 결과라고 입은 모았다. 피터 메이너드 에퀴팩스 상무는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대금 납부를 연체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그들은 스스로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래프=WSJ 캡처]


그러나 WSJ은 안심하긴 이르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상황인 만큼 추가 부양책이 나오지 않으면 신용카드 부채가 한순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서다.

미국 신용카드회사 디스커버파이낸셜서비스의 로저 호치쉴드 최고경영자(CEO)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정부의 도움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도록 돕고 있다"면서도 "추가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경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크 메도스(왼쪽)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티브 므누신(오른쪽) 재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면담한 뒤 취재진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경기부양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은 1조 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진전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핵심 사안인 실업 급여와 관련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공화당은 9월까지 연방정부가 주당 200달러를 추가 지급하고 10월부터는 총 실업급여를 이전 소득의 70%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민주당은 실업 급여를 줄이는 데 반대하고 있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주당 600달러를 지급하는 실업 급여는 지난달 말 종료됐다. 코로나19로 고꾸라진 미국의 경제 현실 등 시급성을 고려하면 이달 초에는 정치권이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상황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앞서 미국 의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꾸라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총 4차례에 걸쳐 2조8000억 달러의 재정 부양책을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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