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훙(網紅)’에 대한 설명이다. 왕훙은 왕뤄훙런(網絡紅人)의 준말로, 온라인에서 유명한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와 같은 의미인 셈이다. 왕훙은 2014년부터 SNS에서 수십만, 수백만의 팔로어를 몰고 다니면서 중국의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2017년 SNS 플랫폼에서 라이브 방송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마치 홈쇼핑 방송 쇼호스트처럼 직접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이 왕훙 전자상거래 시장에 유명 연예인까지 뛰어들었다. 일부 왕훙들은 자체적으로 출시한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도 선보였다. 왕훙이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중국 경제 핵심 주체가 된 것이다.
왕훙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왕훙을 활용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시장 공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현지 소비자 성향에 대한 이해가 높은 왕훙의 특성을 잘 파악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성공적인 왕훙 마케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만 중요한 점은 적당한 플랫폼과 현지 시장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송이 중국자본시장연구회(중자연) 간사는 최근 열린 중자연 정례 세미나에서 중국 왕훙 마케팅은 이미 한국과 미국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왕훙과 SNS, 전자상거래 시장의 완벽한 결합이 폭발적인 규모의 또 다른 시장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한 간사는 이 같은 왕훙 시장의 성장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의 수익 창출 구조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들은 게재한 영상의 조회 수에 따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반면 중국에선 조회 수가 수익과 전혀 무관하다. 왕훙들이 전자상거래 시장과 손잡게 된 이유다.
전자상거래 업계와 손잡은 왕훙들의 활동영역은 더 다양해지고 있고, 크게 확대되고 있다. 패션·화장품·게임·영화·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뿐 아니라 경제·금융 분야와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왕훙의 활동은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왕쯔추의 크록스(Croxx)다. 왕쯔추는 중국의 유튜브라고 불리는 비리비리의 뷰티 채널 운영자다. 남성 뷰티 왕훙이라는 독특한 점을 살려 인기를 모은 그는 자체 뷰티 브랜드 크록스를 출시한 뒤 1년 만에 1억 위안(약 172억원)의 연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크록스가 티몰 등 온라인 매장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유명 스타들까지 왕훙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 여배우 판빙빙(范冰冰)은 지난해 인기 왕훙 쉐리(雪梨)와 함께 SNS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화장품을 판매, 단 몇 분만에 1000만 위안의 수익을 올렸다. 이에 앞서 유명 배우 류옌(柳岩)도 콰이서우에서 생방송을 통해 청소기, 샴푸, 착즙기, 스타킹 등 생활용품을 판매했다. 류옌은 이미 왕훙 전자상거래 업계의 ‘완판녀’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스타들마저 왕훙 전자상거래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그만큼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루이왕에 따르면 라이브 스트리밍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8년 1330억 위안에서 지난해 4338억 위안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9610억 위안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은 왕훙 마케팅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한 간사는 가장 먼저 왕훙의 주요 무대가 되는 SNS 플랫폼 시장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왕훙은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전자상거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주요 플랫폼은 웨이보, 비리비리, 샤오훙슈, 타오바오라이브와 쇼트클립 플랫폼인 더우인(틱톡), 콰이서우 등이다.
이 중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쇼트클립 플랫폼이다. 쇼트클립 플랫폼은 왕훙 마케팅의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왕훙과 소비자 모두에게 각광받고 있다. 낮은 제작비용 대비 콘텐츠 품질이 높고 SNS와 전자상거래 결합이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아이루이왕에 따르면 올해 중국 쇼트클립 시장 규모는 2018년 대비 300% 늘어난 800억 위안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은 성이나 도시마다 시장 특성이 다르고 현지마다 유력 플랫폼이 다르다.1~2선 도시는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왕훙들의 인건비 역시 매우 비싼 편이다.
한 간사는 “눈여겨볼 것은 콰이서우”라고 꼽았다. 콰이서우는 2018년부터 빠르게 성장한 쇼트클립 플랫폼이다. 한국에서는 ‘콰이’라는 이름으로 사용 중이며, 틱톡의 경쟁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콰이서우가 최근 중국 3~4선 도시나 농촌에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한 간사는 “이제 우리 기업들은 1~2선 도시보다는 3~4선 도시를 공략하는 것이 맞는다”며 “해당 지역에서 인기가 좋은 왕훙의 높은 인건비도 문제지만, 이미 대도시에서 한국 제품의 매력도는 뒤처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도시나 농촌에서 점유율이 높은 콰이서우의 인기 왕훙을 파악하고 그 왕훙을 마케터로 활용해 제품을 판매한다면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중국 다중 채널 네크워크(MCN)와 손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간사에 따르면 중국의 MCN업체들은 이미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SNS,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위탁관계를 맺고 있다. 한 간사는 “중국 대형 MCN과 협력한다면 더 빠르고 쉽게 왕훙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