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첫 번째 서울 공연 막을 올린 '오페라의 유령'은 오는 6월 27일까지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1986년 10월 9일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34년간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다. '명작'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뮤지컬이다. 39개국 188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공연됐으며 누적 관객 1억4000만명을 기록 중이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30년 이상 연속 공연된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오페라의 유령'은 19세기 프랑스 파리 오페라극장이 배경이다.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 사이에 엇갈린 사랑을 그린다.
전설로 불리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주옥 같은 곡들은 수십년이 흘러도 작품을 변함없이 빛나게 한다. 대표곡인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과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바람은 그것뿐(All I ask of you)' 등은 음악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눈앞에는 꿈 같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거대한 샹들리에와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는 의상 375벌은 뮤지컬이 가진 매력을 오롯이 전한다. 무대 디자이너 마리아 비욘슨이 재현한 오페라극장은 파리에 온 것 같은 설렘을 준다. 무대를 가득 채운 자욱한 안개 사이로 유령과 크리스틴을 태운 나룻배가 등장하는 지하호수 장면, 다양한 색의 향연을 보여주는 가장무도회도 백미다.
'오페라의 유령'은 우리나라에서 여러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2001년 국내 라이선스로 초연돼 당시 관객 24만명을 동원하며 한국 뮤지컬시장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 2012년엔 총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7년 만에 내한 공연한 첫 도시인 부산에서도 이런 명성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올해 2월 9일까지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열린 공연은 이 지역 대극장 뮤지컬 역대 최다인 70회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은 10만명을 넘어섰다.
나이·성별과 관계없이 고른 사랑도 받았다. 예매율 기준으로 20대(28.1%)와 30대(30.3%), 40대(26.8%) 관객이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50대 이상도 10.2%로 나타났다. 남성 관객도 28.4%를 차지했다.
서울 공연을 앞두고 한 달여간 휴식을 가진 사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배우들은 흔들리지 않고 관객과 한 약속을 지켰다.
8년 전인 2012년 25주년 기념 내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 클레어 라이언은 크리스틴 역으로 다시 한번 한국 관객을 만났다.
라이언은 서울 공연을 앞둔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많은 공연이 열리지 않고 있지만 한국에서 무대를 올린다"며 "이곳은 한국 정부와 국민 협조 덕분에 안전하다"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뛰어난 의료체계가 있는 한국은 많은 국가에서 유행 중인 감염병에 놀라울 정도로 잘 대처하고 있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역대 최연소 유령'이자 웨버 작품에서 6편이나 주역을 맡은 조너선 록스머스와 브로드웨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평가받는 라울 역의 맷 레이시도 변함없이 무대에 올랐다.
서울 다음 행선지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대구다. '오페라의 유령'은 7월과 8월 무대를 대구 계명아트센터로 옮겨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