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이웃 중국·일본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나?

2020-03-0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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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국 비하 혹은 무시, 일본의 한국 경시 혹은 때리기 점증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C(코로나) 스톰’이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앞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 되면서 엄청난 동요가 생겨나고 있다.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와의 처절한 싸움이 현재진행형이다. 언제 끝날지, 그리고 경제적 피해가 어느 정도로 확대될지 모르는 일파만파가 불안을 가중시킨다. 모두가 예민해지는 한편 무기력감에 빠져든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이러스 확산은 진정되겠지만 구겨진 한국인의 자존심이나 지구촌의 한국 기피 현상을 어떻게 원상태로 빠르게 되돌려 놓는 것은 또 다른 무거운 숙제다. 엎질러진 물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투명성과 진정성이다.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선제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의지와 용기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안달하면 애만 타고 손해가 더 커진다.

이 판에 바이러스 감염의 발원지인 중국이 우리의 비위를 건드리면서 불편한 심기가 노출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인의 입국과 관련 최소한의 제한 조처를 한 것에 비해 상당수 중국 지방 정부가 지나치게 한국인을 격리시키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심지어 중국인들의 한국인 비하 행태가 지나칠 정도로 자극적이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를 비롯해 다양한 1인 미디어들의 원색적인 한국 비난이 봇물을 이룬다. 한국인이 사는 아파트 출입문에 각목으로 못을 박지 않나 최초 바이러스 감염원이 한국의 신천지라는 막말까지 나온다. 한고비를 넘기면서 중국에 집중되고 있는 공세를 희석시키기 위한 물타기 수법이자 수세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얄팍한 수작이다.

이처럼 이웃 중국과 지척에 함께 사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그들의 이런 행보는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경제적 성취감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주력 제조업에서 한국의 턱밑까지 따라가고 있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미래 산업에서는 자기들이 앞서가고 있다는 자신감마저 보인다. 마지막 보루로 여기던 콘텐츠나 화장품 등에서도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는 자체 평가를 하고 있을 정도다.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등과 같이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 없이도 중국은 살아갈 수 있지만, 한국은 중국 없이 살아가기 어렵다는 우리의 약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이것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변화된 사고방식이다.

한국에서 더 배우거나 가져올 것이 없다는 것이 최근 인식이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나 중국인의 한국인 폄하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한술 더 떠 한국인이 중국에 들어와 돈을 벌어가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제 중국 땅을 떠나라는 막말까지 쏟아낸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입지가 과거와 같지 않은 것도 이에서 연유한다. 전체 중국인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상당수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중국인 특유의 사고방식이다. 앞으로 이보다 더한 중국 혹은 중국인의 적나라한 모습을 더 보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만 변하지 않고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생각으로 중국을 쳐다보고 있지 않은지 곱씹어 볼 때이다.

3국 간 관계에서 감정적 민낯 보이면 손해, 당당하게 맞설 때 어부지리 얻을 수 있어 일본은 어떤가. 일본 정부의 사실적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두고 국내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당장 우리도 맞불을 놓았다. 100여 국가 이상이 한국인 입국 제한 혹은 금지를 하고 있는데도 일본의 조치에 대해 유난히 민감하다. 그만큼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은 독특하다. 일본에서도 방역과 관련한 정부의 비난 수위가 연일 높아지면서 아베 정권이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코앞에 닥친 도쿄 올림픽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면서 나온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작년에 불거진 양국 통상 마찰에 이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일본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쉽게 화해가 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정권 간의 불협화음이 계속 평행선만 달린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나 일본인의 시각도 과거와는 매우 다르다. 잃어버린 20년의 터널을 지나면서 경제 대국 일본의 자존심이 많이 구겨졌다. 특히 일부 주력산업에서 한국에 수위 자리를 양보한 것에 대해 뼈아프게 생각한다. 내부 자성의 목소리와 더불어 한국에 빼앗긴 자리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으론 중국의 힘이 갈수록 더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동맹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한국 정부나 한국인의 정서가 중국 쪽으로 더 기울고 있는 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비대해지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하고 싶어도 좀처럼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여론이나 언론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좌와 우로 나누어져 있기도 하다.

냉정하고 따져보면 우리로서도 중국, 일본과의 관계가 현재와 같은 구도로 지속되는 것이 유익하지 않다.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어설픈 포지셔닝으로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것이 작금의 모양새다. 그 와중에 속은 모르겠지만 겉으론 우리를 제쳐놓고 중국과 일본은 서로 가까워지고 있다. 그들 간의 경제적 혹은 인적 교류가 우리보다 더 활발하다. 수시로 바뀌고 있는 3국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일희일비하면 얻는 것보다 오히려 잃는 것이 많다. 정치적으로는 원칙을 고수하고 경제적으로는 실익을 추구하기 위해선 민낯을 쉽게 보이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과 일본의 조치에 대해 감정적으로 치우치는 것은 별로 영양가가 없다. 당당해질수록 그들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레버리지를 할 것들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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