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OS, 통할까] ① 6년내 윈도 대신 리눅스 도입 선언한 정부... 성공 가능성은?

2020-0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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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내 SW 업체의 개방형OS 도입해 MS 의존도 줄인다

개방형 OS 전면 도입 아닌 5:5 도입 정책... 성공사례 확보로 자신감 얻어

정부가 '탈'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를 선언함에 따라 그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독일, 중국처럼 MS의 종속적인 윈도 운영체제(OS) 대신 오픈소스 리눅스를 바탕으로 국내 소프트웨어(SW) 개발사가 만든 개방형 OS를 공공 업무에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일각에선 운영비용 증가, 공무원들의 적응 실패 등의 우려를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의 성공적인 개방형 OS 도입에서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모든 공무원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까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OS의 일부를 MS 윈도에서 국내 SW 개발사가 만든 개방형 OS로 교체한다. 

먼저 2월 개방형 OS 도입전략을 수립한 후 10월 행정안전부의 일부 외부망 PC에 개방형 OS를 도입한다. 이후 행정기관에 단계적으로 개방형 OS를 도입해 PC 내구연한 5년이 끝나는 2026년에는 공무원들의 모든 외부망 PC를 윈도 대신 개방형 OS를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10(좌)과 개방형 OS 데비안(우).[사진=마이크로소프트, 데비안 리눅스 재단]


정부가 개방형 OS 도입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윈도에 대한 지나친 종속을 줄이려는데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국내 PC 시장에서 윈도의 점유율은 92%에 달하며, 특히 공공 시장에선 99%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지난 1월 일어난 윈도7 보안지원 종료와 같은 MS의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정부는 MS의 윈도7 보안지원 종료로 인해 공무원들의 업무용 PC를 윈도7에서 윈도10으로 교체하는데 78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정부는 개방형 OS 도입으로 인해 연 700억원에 달하는 MS에 지불하는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 독점하는 OS 시장에 국내 기업이 진출하는 효과도 거두고, 외국계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기술종료 시한로 인해 발생하는 보안문제에도 국내 기업과 긴밀히 공조해 해결해나갈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도입하려는 개방형 OS는 인베슘 '하모니카OS', 한글과컴퓨터 '구름OS', 티맥스A&C의 '티맥스OS' 등 세 가지다. 세 가지 모두 오픈소스 리눅스 운영체제 중에서 개인 이용자에게 특화된 데비안 리눅스를 한국 상황에 맞게 사용자환경(UI)을 바꾼 것이 특징이다. OS의 핵심인 커널이 호환되기 때문에 수천여개에 달하는 데비안 리눅스용 앱 가운데 90% 이상을 설치해서 이용할 수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우려를 보낸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업무용 PC를 윈도에서 개방형 OS로 교체해서 성공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독일 뮌헨 지방정부가 윈도 대신 리눅스를 이용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결국 10년만에 윈도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윈도에 익숙한 독일 공무원들이 리눅스에 적응하지 못했고, 1100만 유로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되던 당초 예상과 달리 운영체제 관리에 약 6000만 유로가 지출될 정도로 많은 운영·관리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윈도 대신 리눅스를 토대로 자체 개발한 개방형 OS '기린OS'를 관공서에 도입할 것이란 결정을 내렸다. 다만 모든 PC에 기린OS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기관에서 선별적으로 사용한 후 도입 가능성을 점쳐보고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해외 사례를 분석해 개방형 OS 도입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2026년이 되어도 공공기관에서 윈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현재 99%에 달하는 윈도 점유율을 50% 수준으로 낮추려는게 정부의 정확한 계획이다.

현재 중앙부처 공무원은 외부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하기 위한 '외부망 PC(인터넷용)'와 내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내부망 PC(업무용)' 등 2대의 물리적인 PC를 이용하고 있다. 용도에 따라 이용하는 PC를 분리하는 망분리 PC환경을 구축해 해킹 등 외부 보안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개방형 OS를 전면 도입하는 곳은 외부망 PC뿐이다. 공무원이 주요 업무를 처리하는 내부망 PC는 생산성을 고려해 계속 윈도 OS를 이용한다. 공무원의 모든 PC에 개방형 OS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절반에만 개방형 OS를 도입하는 단계적 도입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2026년 정부의 개방형 OS 도입형태.[사진=행정안전부 제공]


2026년이 되면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데스크탑 PC 2대 대신 윈도가 설치된 노트북 1대로만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해당 노트북으로는 내부 업무만 처리할 수 있다. 외부 업무용 개방형 OS는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VDI(가상 데스크탑) 형태로 제공한다. 공무원이 외부 서비스에 접속하려면 노트북에서 터미널 프로그램을 실행한 후 클라우드 서버에 설치되어 있는 개방형 OS에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OS를 설치하지 않고 클라우드에서 OS를 실행한 후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환경을 데스크톱 서비스(DaaS)라고 부른다.

정부가 이렇게 자신감있게 개방형 OS 도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이미 성공적인 도입 사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12월 정부기관 최초로 외부망 PC에 VDI 형태로 개방형 OS를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우본은 1만1000개의 윈도10, 티맥스OS, 구름OS 라이선스를 확보해 직원들이 개방형 OS를 활용해 외부 인터넷망 접속하도록 했다. 아직은 일부 홈페이지를 실행할 수 없는 등 접속할 수 없는 서비스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외부 업무를 처리하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 우본 내에서의 평가다. 정부는 개방형 OS에서 실행할 수 없는 서비스는 해당 업체와 협력해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꿔나갈 방침이다.

정부의 외부망 PC에 개방형 OS가 도입되면 잘 사라지지 않고 있는 웹 사이트 플러그인을 제거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보안을 명목으로 PC에 특정 프로그램 설치를 강요하는 플러그인은 윈도에 종속적이라, 개방형 OS에선 이용할 수 없다.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도록 웹 표준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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