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교수에 대한 3차 공판기일에서 재판부가 탄식을 내뱉었다. 재판 절차를 두고 검찰이 하나하나 문제를 삼으려 들자 나온 반응이다.
이날 검찰은 '형사소송법 54조의 2항'을 들어 재판부의 '재판 지휘' 자체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조항은 '다음 회의 공판기일에 있어서는 전회의 공판심리에 관한 주요사항의 요지를 조서에 의하여 고지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회의 공판기일까지 전회의 공판조서가 정리되지 아니한 때에는 조서에 의하지 아니하고 고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가 서증조사 이후 검찰 측에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 지 채 10분이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동양대 컴퓨터 포렌식 파일' 열람등사를 두고도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가 열람등사를 허가한 것이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특정 장소, 특정 시기에만 열람등사할 수 있게 한다든지, 접근·허용할 수 있는 사람을 한정해 달라"면서 "(허용 결정을) 다시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외견상 재판자료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열람복사를 해주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 교수 측 변호인은 "과거 테러방지법처럼 국가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막는다는 거냐"라며 "(그 사생활이란 것이) 피고인 가족에 대한 15년의 삶이 들어있다는 건데, (피고인이 요구하는)열람등사를 거부할 사유가 있느냐"고 황당해했다.
변호인은 또 "검찰이 '신속한 재판 진행을 원한다'면서 변호인 측 탓만 한다'고 불쾌함을 드러낸 뒤 "신속하게 기록을 복사해주면 밤새서라도 검토하고 증거인부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령과 판례 등을 거론하며 '법에 열람복사를 해주게 돼 있고, 디지털 증거도 원본 전체를 검찰이 갖고 있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안 준다는 것이 아니고 준비는 다 해뒀다"면서 "배달하는 것 아니고 허용하는 것이니까 준비는 다 했다. 사본 신청이 전혀 없어 기다리는 상태다"라고 책임을 변호인 측에 떠넘겼다.
검찰의 반응에 화가 난 변호인 측이 "어제 계속 전화 드렸습니다"라고 단호하게 재반박에 나서자 검찰은 "모르겠다"고 답을 피하기도 했다.
이날 양측의 공방은 언성이 높아지는 등 충돌 직전까지 갔다. 보다못한 재판부가 "열람등사 허용결정은 번복할 수 없다"고 재확인했지만 검찰은 "피고인과 그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 등이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한편 재판 시작 20분이 지나서야 진행된 서증조사에서 검찰은 앞서 재판에 나왔던 '강남 건물주' 문자를 또다시 거론하면서 변호인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과거 트위터 글을 거론하면서 "과거에 조 전 장관이 이런 말을 했던 사람"이라고 반복해서 언급해 배경을 두고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2009년 용산참사 철거민에 대한 공판에서도 재판부가 허용한 수사자료 등의 열람복사를 거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