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댓글 자동등록 프로그램, 악성프로그램 아니다”

2019-12-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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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프로그램’ 판단 기준 첫 제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댓글, 게시글 등을 대량으로 자동 등록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개발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2일 포털사이트 운영을 방해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이 모씨 등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악성 프로그램의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프로그램은 상품 등 광고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고, 기본적으로 일반 사용자가 직접 작업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을 수행하며, 이 사건 프로그램 사용으로 정보통신시스템의 기능 수행이 방해된다거나 네이버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장애가 발생한다고 볼 말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서 모씨와 함께 2010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부천시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다수의 ‘자동 등록 프로그램’을 개발·유포했다. 이씨가 개발을, 서씨는 판매를 맡았다.

검찰은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1심 법원은 이씨에게 2,000만원, 서씨에게 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은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한다”며 “여기에는 협의의 컴퓨터 바이러스 외에 정보통신망의 운용자, 사용자가 정보통신망을 이루는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을 방해하는 프로그램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유포 프로그램들이 정보통신시스템인 네이버 등의 운용을 방해했다”고 판시했다. 네이버 등 서버의 정상적인 접속을 지연시키거나 네트워크의 점유율을 높여 속도를 저하시켰고, 정보통신망에 필요 이상의 부하를 일으켰다고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씨와 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프로그램들이 단지 통상적인 경우보다 큰 부하를 유발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정보통신시스템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게다가 재판부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 프로그램을 매수해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에 포털사이트의 서버 운용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해야 장애가 발생할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극단적 가정 아래에서 장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이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면 이는 형벌 규정을 지나치케 확대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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