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은평구 증산동 205-33 일대(증산4구역) 다세대·다가구 주택가격이 최근 3.3㎡당 3000만원 중후반 선에 형성됐다. 이는 지난 6월 정비구역 지정 해제 직전 집값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증산4구역 인근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은평구청에서 지난 8월경 재개발이 힘들어진 증산4구역이 대안사업을 채택하면 도와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며 "설명회 이후 대안사업 추진위원회에서 주민 동의서도 걷고 징구율이 꽤 올라가면서 매수문의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수문의가 늘다 보니 가격도 그전보다 올랐다. 해제되고 나서는 가격이 7000만~1억원까지 빠졌다가 지금은 빠진 가격에서 5000만~6000만원 정도 올랐다"며 "물량은 많지 않다. 팔려던 분들도 동의서가 많이 걷혔다는 얘기가 들리면 물건을 다시 거두거나 호가를 높여 내놓는다"고 덧붙였다.
은평구청이 제안한 '대안사업'이란 '역세권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의미한다. 이는 역세권(승강장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 주택을 짓는 사업자에게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시가 표준건축비로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는 정비구역 지정이 해제되며 다시 재개발을 추진하기 어려워진 증산4구역엔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고,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하는 서울시에도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증산4구역은 지난 6월 정비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서울시 일몰제로 인해 사업이 무산된 첫 사례다. 다시 재개발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사문화되면서 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지자, 재개발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판단이 우세했다.
박홍대 증산역세권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주민 동의서를 걷은 지 4개월가량 됐는데 진행이 빠르다"며 "전체 주민의 60%가 동의해야 하는데, 현재 45% 정도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정비구역 해제 지역에서 역세권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역세권 공공임대주택 건립 및 운영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1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정비구역 해제 지역에서는 해당 사업이 불가능하다. 2종 일반주거지역이나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만 사업이 가능하다.
박 위원장은 "서울시에선 운영 기준을 개정할지 말지 연내 결정하고 내년 2월경 발표할 것 같더라"며 "개정이 거의 확정적인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측 입장은 다소 보수적이다. 서울시 공공주택과 장기전세팀 관계자는 "현재 이 사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우리 과에서 홀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과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언제까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은평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서울시가 운영 기준을 바꾸거나, 주민들이 사업의 당위성을 시에 어필하는 두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증산4구역은 2014년 8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립됐지만, 2년 안에 조합설립 동의율인 75%를 채우지 못해 정비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 정해진 기간 안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구역을 해제하는 일몰제가 적용된다.
추진위는 토지 등 소유자 32%의 동의를 얻어 일몰제 연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추진위는 시를 상대로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해제 기한 연장 여부는 서울시의 재량권이라고 판결했다.
증산동 205의 33 일대 약 17만㎡를 아우르는 증산4구역은 수색·증산뉴타운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와 가까워 서북권 알짜 입지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