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 공시 시스템 첫 공개…수그러들지 않는 '깜깜이 공시' 논란

2019-12-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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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 이달 중 개편안 발표 앞두고 기자 설명회…"근본 해법 미흡" 전문가 지적에 개편안 주목

전문가들 "조사 인력 확충 및 전문성 향상, 현실화율 점진적 도입 필요" 한목소리

지난 6일 한국감정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시스템 기자 설명회에서 김태훈 한국감정원 공시통계본부장이 공시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충범 기자]

국토교통부가 이달 안으로 부동산 공시제도 개편을 위한 로드맵 수립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둘러싼 '깜깜이 공시' 논란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이례적으로 부동산 공시제도 관련 기자 설명회까지 열었지만, 공시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 및 개선 방안은 사실상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공시제도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사 인력의 전문성 향상, 표본 확충, 현실화율의 점진적 도입이 관건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8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도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공시가격과 관련해 산정 오류, 검증 미흡 등 문제점이 불거져온 만큼, 공시가격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검토 중에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발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토부가 로드맵 수립까지 나서게 된 것은 그동안 공시제도가 산정 근거, 절차 등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공시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감정원과 지방자치단체가 산정한 공시가격에 상당수 오류가 드러난 점도 한몫했다.

이에 한국감정원은 지난 6일 감정원 서울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시스템에 대한 기자 설명회를 열고, 표준주택 및 공동주택에 대한 현장조사에 직접 나서는 등 해명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이 공시가격 시스템에 대해 세부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개원 이래 50년 만에 사실상 처음이다.

김태훈 한국감정원 공시통계본부장은 "그간 각계각층에서 제기됐던 공시가격 산정 방식의 불투명성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설명회를 열게 됐다"며 "감정원은 세간의 우려와 달리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정확하고 균형 있는 공시가격 산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원 측은 이번 깜짝 설명회가 국토부와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감정원 설명회가 정부의 로드맵 수립에 앞서 이례적으로 열린 점을 감안하면, 공시제도의 이해를 돕기보다는 연일 커지고 있는 논란에 대한 사전 진화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한국감정원 서울강남지사 인근 표준주택에서 한 감정원 조사자가 모바일 현장조사용 앱을 검색하고 있다. [사진=김충범 기자]

이날 설명회는 감정원의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 토지특성 자동조사시스템 소개를 시작으로 표준지, 표준주택, 공동주택 조사·산정 시스템 설명 순으로 진행됐다. 이후 감정원 서울강남지사 인근 주요 표준주택과 공동주택의 현장을 모바일 현장조사용 앱을 활용해 탐방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감정원 측은 공시가격 산정 자체가 GIS 등 첨단 ICT가 도입된 토지특성 자동조사 시스템을 토대로 하며, 이를 통해 토지의 경사·형상·방위·도로접면 등을 자동으로 정밀하게 조사해 공시가격이 상당한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시 조사를 최첨단 기법으로 시작한다 해도 최종 공시 결정은 사람이 내린다. 즉, 주관적 판단이 반드시 개입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 감정원 측은 최종 결정 과정에서 조사자의 판단 개입이 불가피함을 인정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제도는 상당한 과학적 시스템을 토대로 산출되겠지만, 결국 최종 공시는 조사자에 의해 완성된다. 근본적으로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조사 공정성 및 신뢰성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사자 및 조사 표본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공동주택의 경우 한국감정원 소속 직원 550명이 조사에 나서며, 표준주택은 440명이 조사를 실시한다. 이마저도 공동주택과 표준주택의 조사 인원이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인력적 한계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 역시 "감정원 내 조사 인력도 분명 전문성을 갖추고 있겠지만, 아직 물리적인 인력 및 표본 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 전담 인력이나 지역 전문가 등이 공시가격 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감정원 관계자는 "표본 및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종종 듣지만, 조직 측면에서 인력 충원은 민감한 문제"라며 "조사자 개인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공시가격 신뢰도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화율의 급격한 상승이 예고된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토부 로드맵에는 현재 50~60% 수준의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토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공동주택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현재 70%에 못 미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까지 높이는 방안 도입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해당 주택의 토지 공시지가보다 낮은 기현상의 원인으로 손꼽혔던 공시비율(80%)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들 방안대로 로드맵이 발표된다면 추후 공시가격과 실거래 간의 괴리가 줄고, 고가주택 보유자와 토지 보유자 간 형평성 논란을 일으켰던 공시비율 문제도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긴다.

하지만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가 단기간 이뤄질 경우 강한 조세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시제도의 현실화는 형평성 측면에서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져야 될 일이라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공시는 건강보험료·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향 내에서 현실화율이 단계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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