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9일. e스포츠계에 또 다른 역사가 쓰여지는 날이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e스포츠팀이 주식시장에 입성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 팀은 한국팀이 아니다. 1인칭 FPS(슈팅)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오펜시브(CS:GO)로 알려진 덴마크 아스트랄리스(Astralis)다.
카운터스트라이크는 전 세계에 수천만명 팬을 보유한 게임이다. 2018년 열렸던 CS:GO E리그 보스턴 메이저 결승전은 트위치 동시 시청자 수가 110만명에 달했다. 이런 수많은 팬이 있기 때문에 아스트랄리스의 상장이 가능한 것이다.
아스트랄리스는 나스닥 코펜하겐에 상장된다. 1주당 가격은 8.95크로네(1580원)이며, 상장을 통해 최소 1억2500만크로네(약 220억원)를 조달한다. 아스트랄리스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브랜드와 미디어 플랫폼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팀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왜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에서는 IPO가 나오지 않았을까? 한국은 이미 1999년 최초의 e스포츠팀(청오 정보통신 SG)이 만들어진 국가다. 2004년에는 SK텔레콤의 T1 프로게임단이 창단됐고, 2000년부터 수많은 게임리그가 진행됐다.
그때부터 e스포츠를 산업으로 생각하고 육성했으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프로게이머를 게임 중독자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리그오브레전드(LoL)에서는 미성년자 불공정계약 문제가 터졌다. 여전히 산업으로 키우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긍정적인 점은 여전히 해외 언론에선 한국 e스포츠 산업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페이커를 비롯해 한국 e스포츠 선수의 활약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오는 글로벌 팀도 여럿 볼 수 있다.
업계는 이번 IPO가 e스포츠 산업의 재도약을 갖고 올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게임전문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e스포츠 산업 규모는 9억600만 달러(약 1조700억원)이며, 2021년에는 16억5000만 달러(약 2조원)로 전망한다. 매년 20% 이상 성장한다는 건데, 다른 산업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빠른 속도다.
한국은 넥슨, 엔씨소프트 등 세계적인 게임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훌륭한 프로게이머팀 자원도 많다. 이에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이 뒷받침된다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두 번째 e스포츠팀 상장은 한국팀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