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는 올해 대비 29조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계획이고 아직 실행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국채 발행이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외국인들이 국채발행 증가를 예상하여 미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8월 이후 국채와 국채선물의 대규모 매도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국채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19일 1.09% 수준이었던 3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최근 1.46%까지 증가하였다. 0.37% 포인트가 상승한 셈이고, 증가율로 보면 34%이다. 이러한 금리 상승은 당장 민간채권의 발행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민간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발표된 바에 따르면 2023년까지 정부지출증가율의 연평균치는 6.5%로 정부수입증가율 3.9%를 훨씬 웃돈다. 정부채무는 2019년 740조원에서 2023년 1061조원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4년 사이에 320조원이 증가하면서 증가율이 43%에 달하고 이에 따라 정부부채의 GDP 대비 비율도 37.1%에서 46.4%까지 9.3% 포인트 증가할 전망이다. 국채발행이 단발성으로 그치면 몰라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외국인 주도로 국채시장에서 금리가 선제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한은의 금리 인하 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은 단기금리 인하를 통해 장기금리를 낮추고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감소시켜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단기금리 인하가 장기금리 하락으로 이어져야 경기부양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 따라서 아무리 단기금리를 인하해도 장기금리가 상승해 버리면 경기부양효과는 미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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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를 급격히 상승시키면서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이 기축통화 혹은 그에 준하는 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잘 통할 수 있지만 기축통화가 아닌 비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내경제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공기업부채가 이미 GDP의 20% 수준이므로 국가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40%가 아니라 60%를 넘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야 한다. 팽창재정정책의 방침만으로도 통화정책의 경기부양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국채시장의 움직임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경제의 기본을 존중하면서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지속적인 경제운용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