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중국시장은 과연 우리기업에게 무덤인가?

2019-11-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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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시장은 우리에게 과연 무덤인가? 사드 사태 이후 대부분의 여론은 중국시장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도 중국에 가면 모두 실패할 것처럼 얘기한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중국에서 돈 벌면 한국으로 못 가지고 온다는 얘기를 한다.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벌어들인 돈은 합법적인 규정에 따라 자국으로 송금할 수 있다. 만약 중국에서 돈을 벌어도 자국으로 송금을 못한다면 현재 중국에 있는 약 95만개의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중국에 대한 많은 편견과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물론 중국은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우리와 전혀 다른 체제를 가지고 있고, 공산당에 의해 부분적으로 정보가 통제되고, 우리와 다른 규제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정책의 불확실성 및 비즈니스 환경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중국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드사태로 인한 롯데마트의 중국사업 철수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및 기아자동차나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시장 점유율 하락도 모두 사드 원인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외부적인 요인인 사드 원인도 일부 있겠지만, 그것보다 중국시장 변화와 소비자에 대한 접근방법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현대 자동차의 중국 내 시장 포지셔닝이 매우 애매모호하다고 얘기한다. 다시 말해, 브랜드 아이덴티티(Identity)가 중국 소비자 입장에서 불명확하다는 얘기다. 또한 현대 자동차를 구매하더라도 신차가 새로 출시되고 6개월 정도 지나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것을 학습효과를 통해 대부분의 중국 소비자들도 알고 있다. 따라서 구매를 하더라도 6개월이 지나고 가격이 내려간 후에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시장에서 가격 포지셔닝 전략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의 중국 내 점유율은 고스란히 일본 및 중국 로컬기업들이 가져갔다. 한때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시장에서 호황을 누렸던 화장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2년 전만 해도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 화장품 판매순위에서 1~5위가 한국 화장품이었다면, 지금은 일본 및 중국 로컬 화장품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시장은 한국기업의 무덤이라는 말이 생긴 듯하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결과를 초래한 과정과 원인 분석이 우선되어야 대응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단지 중국시장을 ‘무덤’이라는 프레임으로 우리 스스로 옭아매고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큰 시장이고, 앞으로도 더욱 커질 시장이기 때문에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과거 가전,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일본기술과 산업을 배워 성공적으로 산업의 고도화를 했던 것처럼, 중국도 그런 방식으로 자국산업을 고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막강한 육성정책과 자금지원 속에서 점차 그 존재감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국 모바일게임 산업의 굴기’일 것이다. 과거 ‘한국 온라인 게임은 중국에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중국시장에서 한국게임은 최고의 인기였고, 중국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한국산 게임을 퍼블리싱하려고 했다. 그러나 상황은 완전 역전된 상태로 보인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중국게임 업체의 성장은 매우 눈부시다. 중국게임의 수출금액은 2017년 기준 83억 달러로 한국의 두 배를 넘는 실정이다. 더 나아가 이제 중국산 게임이 한국시장에서 퍼블리싱 되고 있다. "요즘 중국 모바일게임의 경우 줄거리, 제작기술뿐만 아니라 운영능력도 한국을 능가할 정도입니다."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 모 사장님이 필자한테 한 말이다. 만약 현재 막혀 있는 한국산 게임 판호를 중국정부가 허가해 준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호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기술‧기업의 성장과 시장의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시장이 보인다. 무조건 공산당 체제에 의한 시장의 불확실성과 사드라는 프레임으로 중국시장을 몰고 가면 결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9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기업환경 개선 폭이 큰 나라 순위 31위로 한국(5위), 미국(6위), 독일(22위)보다 낮지만 선진국이라는 일본(29위)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 또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2019년 글로벌 혁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17위로 전년 대비 5위 상승하면서 처음으로 20위권 안에 진입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월 24일 중국 비즈니스 환경개선을 위한 법안인 '비즈니스 환경 최적화 조례'를 통과시키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외국기업을 포함해 중국 내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과 개인을 평등하게 대우한다는 내용이다.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새로운 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지방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기업으로부터 받는 준조세 성격의 경비를 징수하거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제정한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이제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해도 중국기업이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 중국시장은 우리의 무덤이 아니라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핵심시장이다. 우리와 다름을 인정하고, 중국시장을 정확히 보고 이해할 수 있는 혜안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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