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본 천황폐하께옵서 일·한 합방을 창설하시어, 천양무궁(天壤無窮: 천황 영토의 무궁한 팽창)한 은혜를 입도록 하여 주심을, 머리 숙여 감히 소원하나이다." <일진회장 이용구가 일본 통감에게 보낸 한·일합방청원서 1909년 12월 24일>
"국정은 국법에서 나오고 국법은 국헌에서 나온다. 국헌은 국혼(國魂, 국가상징)에서 나온다. 국정이 강의 하류라면 국법은 중류, 국헌은 상류, 국혼은 강의 최상류다. 하류의 오염된 국정이 맑아지려면 최상류 국혼이 청정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가상징을 독점 오염시키는 ‘트로이왜꽃 무궁화’를 퇴출해야만 나라가 살아난다." <강효백>
일본인의 특성과 사회적 교류 행태를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로 묶어 요약한다. ‘다테마에’는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마음(겉마음), ‘혼네’는 실제 가지고 있는 속내(속마음)다. 한 마디로 혼네와 다테마에는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이다.
벚꽃은 외래어를 쓸 때 쓰는 보조문자 가타가나 ‘사쿠라( サクラ)’로 쓰지 히라가나 ‘사쿠라(さくら)’로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반면 무궁화는 가타가나 ‘ムクゲ(무쿠게)’ 보다 일본의 기본문자인 히라가나 ‘むくげ(무쿠게)'로 쓰는 경우가 더 많다. 마찬가지로 꿩은 가타가나 ‘키지(キジ)’ 로 쓰는 반면에 학은 히라가나 ‘츠루(ツル)’로 쓴다. 이왕 꿩과 학이 나왔으니 좀 더 이야기해본다.
◆한국의 주연과 조연 “꿩 대신 닭” , 일본의 속과 겉 “학 대신 꿩”
“꿩 대신 닭”이라는 아주 흔한 우리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꿩’이 필요한데 ‘꿩’이 없어서 그것을 ‘닭’으로 대신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꿩’이 주인공이고, 그것을 대신하는 ‘닭’은 조연에 불과하다.
그런데 “학 대신 꿩”이라 할까? 일본은 일단 '귀한 학'보다 '흔한 꿩'을 일본의 국조(國鳥)로 내세운다. 하지만 한국의 주연과 조연 ‘꿩 대신 닭’과는 결이 다르다. 속과 겉의 ‘학 대신 꿩’이다.
꿩은 일본보다 한국에 훨씬 친숙한 새로서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는 한국 특산종이다. 예로부터 한민족과는 친숙한 조류로 인식되어 설화·소설·판소리·연극 등의 주역으로도 등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꿩을 고라이키지(コウライキジ)라고 하는데 이는 ‘고려꿩’(高麗雉, 학명 Phasianus colchicus)이라는 뜻이다. 꿩이 한반도에서 일본열도에 도입된 건 20세기 이후다. 1947년 일본 조류학계는 ‘일본꿩’(학명:Phasianus versicolor)을 한국꿩보다 얼굴이 더 붉고 깃털이 초록빛이 나는 일본 특산종이라고 주장하면서 나라새로 지정했다.
그러나 세계 학계는 일본꿩이 한국꿩과 별 차이가 없는 한국꿩의 아종으로 보고 있다. 일본 꿩은 1만엔권 뒷면에 나오고 방위성 정보본부의 휘장으로 쓰인다. 꿩이 정보수집능력이 있다는 속설에 근거한다. 명색이 일본의 나라새치고 그다지 쓰임새가 없다. 꿩은 일본의 겉치레 나라새일 뿐이다.
◆500원짜리엔 학, 100원짜리엔 이순신, "사소하지만 심각한 일제 잔재의 증거"
우리나라 현행 주화중 최고액권인 500원짜리 동전에는 날짐승 학(鶴,두루미)이 힘차게 비상하고 있는 반면 100원짜리 동전에는 이순신(李舜臣, 1545~1598) 장군이 누군지 식별할 수 없는 조선 시대 문관의 모습으로 얼굴만 새겨져 있다.
학이 제아무리 신성한 조류라 하더라도 사람 아닌 날짐승일진데, 더구나 한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의 표상인 성웅 이순신보다 다섯 배나 저 높은 곳에 거하시는 걸까?
학(두루미)은 학명부터 ‘Grus japonensis’ 즉 ‘일본 두루미’라는 뜻으로 한국보다 일본에 가까운 새다. 정수리의 붉은 반점은 영락없는 일장기 모습이라 '단정학(丹頂鶴)'이 별칭으로 일본인의 애호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학은 한국에선 희귀한 겨울 철새(철원 연천등지 700여개체 월동, 천연기념물 제202호)지만 일본에서는 텃새화된 새로서 홋카이도에만 약 1500마리(홋카이도 도조)가 서식하고 있다.
12세기 가마쿠라 막부시대부터 학 고기 요리가 왕족과 막부 등 최상류층의 식탁에 올랐다. 에도 막부시대에 정초에 쇼군 가족들이 학 고기국을 먹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초대하여 학 고기 탕을 대접한 적도 있다. 학의 다리는 일본 최상류층의 지팡이로 쓰였으며 천 마리 종이학을 선물로 주는 오랜 풍습이 있다. 학은 천엔권 뒷면과 일본항공(JAL)의 심벌마크 ‘츠루마루(鶴丸)'로 쓰인다. ‘히노마루(日の丸)무궁화’를 형상화해 일본 국기 히노마루(日の丸)기로 쓰듯.
학은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 한 새다. 겉보기엔 평화스런 이미지의 새지만 사실은 육식을 즐기는 사나운 새다. 화가 나면 머리가 온통 붉게 변하고 큰 소리를 내며 달려들며 호전적이다.
일본제국주의 시절인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 폭격의 주력 두 척의 항공모함의 명칭이 바로 상학(翔鶴 소카쿠 : 비상하는 학)과 서학(瑞鶴 즈이카쿠: 상서로운 학)이다. 이 두 마리 학은 미국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의 숙적이었다. 500원짜리 동전 속 비상하는 학 상학과 100원짜리 동전 속 성웅 이순신, 얼핏 사소한 것 같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끔찍한 무지, 역사의식의 실종이 빚어낸 생활 속의 순국선열 모독과 자기 역사 부정의 패륜의 증거물이다.
◆무궁화와 벚꽃을 서로 퉁치고 넘어가자는 게 가당한가
7개월 전 무궁화를 주제로 연재를 시작할 때보다는 대폭 줄었지만 아직도 적잖은 사람들이 필자를 “예로부터 일본의 국화(國花)는 벚꽃인 줄도 모르는 바보” 라 하며 나무라 한다.
극소수 지식인들은 필자에게 “한국에도 일본의 국화 벚꽃이 많듯, 일본에도 한국의 국화 무궁화가 많은 게 무슨 문제냐? 무궁화와 벚꽃 한국과 일본의 국화가 서로 퉁치는 걸로 넘어가자” 며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전자의 나무람은 사실과 거리가 멀고 후자의 너스레는 그렇게 하면 절대 안 된다. 그 이유를 말하겠다.
법으로 지정된 일본의 나라꽃(國花)은 없다. 일본 왕실의 상징은 국화(菊花)로서 일본 여권 표지에 쓰이고 있다. 일본 총리와 정부의 상징으로는 오동잎을 쓰고 있다. 일본 경찰과 자위대의 휘장, 계급장에는 벚꽃을 쓰고 있다.
벚꽃 나무가 일본에 건너간 시기는 한국 불교가 일본에 포교 되던 서기 6세기부터 추정된다. 일본 벚꽃의 총본산 요시노(吉野)산이 위치한 나라시는 538년부터 백제 성왕에 의해서 백제 불교가 일본에 포교된 나라땅의 터전이다. 요시노산은 으뜸가는 벚나무의 명소로서 일본 대다수의 벚나무는 요시노산에서 옮겨다 심은 것이다. 반면, 한국 벚꽃은 자연발생적으로 산천을 덮고 있다.
1933년 일본 식물학자 고이즈미 켄이치(小泉建一)는 일본 벚꽃의 원산지가 한국의 제주도라 실증했다. 또한 권위있는 벚꽃 전문학자인 다카기 기요코(高木きよこ) 교수는 “한국에는 사쿠라가 매우 많다. 요시노 사쿠라의 원산지는 제주도”라고 확인했다. 마키노 카즈히로 교수 1978년도 동의하는 등 많은 일본 학자들이 인정한 바 있다.
2001년 4월 산림청 임업연구원 분자유전학연구실도 한·일 왕벚나무를 대상으로 디옥시리보핵산(DNA) 지문분석을 벌인 결과 한라산이 원산지인 사실을 규명했다.
벚꽃이 일본의 상징으로 움트기 시작한 때는 에도시기 후반 황국 우월론을 주장한 일본 국학의 집대성자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 1730~1801)이 벚꽃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벚꽃은 일본 제국주의를 위한 정치·군사적인 상징으로 이데올로기를 덧입는다. 벚꽃이 일본 정신의 상징으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다이쇼(大正, 1912~1926)후반이다.
일제는 만주침략, 중·일전쟁등 침략전쟁에 소모될 일본 본토와 식민지의 이름 모를 수많은 사병들의 목숨을 필요로 했다. ‘보병의 본령’ '동기의 벚꽃'을 군가와 전시가요를 만들어 냈다.
'천황을 위해 사쿠라 꽃잎처럼 지라' 태평양 전쟁 당시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이 벚꽃 가지를 꽂고 임무를 수행했다. 일본 제국주의는 '한꺼번에 피었다가 동시에 져버리는' 벚꽃의 미의식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벚꽃에 담긴 상징적 의미는 극단적 집단자살이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환생의 미학까지 이용해 일본 본토와 조선 식민지의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몰았다. 벚꽃에 담겨진 상징적 의미는 극단적 집단자살이다.
“죽은 뒤에 야스쿠니 신사에서 같이 벚꽃으로 피어나자” 외치며 죽어간 자는 이름없는 병사들뿐이었다. 일본군 고급장교들은 질 때가 아름다운 꽃 운운하며 병사들에게 벚꽃처럼 산화하라고 독전만 했지 정작 자신들의 삶과 죽음을 벚꽃으로 비유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천양무궁, 황위무궁(皇威無窮), 천황만세 따위를 외치며 무궁한 황천으로 갔다.
이는 일본 봉건시대도 마찬가지다. 쇼군부터 사무라이까지 일본 지배계급이 자신들을 벚꽃으로 직유하거나 은유한 일본 문헌은 거의 없다. 즉 벚꽃은 20세기 이후 일본과 일제 식민지의 군경과 일반 국민, 일본 피지배층의 상징 꽃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벚꽃은 일본의 상층부나 핵심부로 이르지 못하고 일본의 기층과 외곽의 전진기지- 경찰과 자위대의 휘장, 계급장 등에 머물고 있다.
벚꽃과 반대로 무궁화는 무궁화나무 나라 부상(扶桑)국 일본의 신화(神花)이자 혼네의 국화(國花)다. 지금도 5000여개소의 신사의 신문(神紋)과 부적으로 쓰이는 무궁화는 일본국기인 일장기와 일본 군기인 욱일기로 내재화되었다. 특히 무궁화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수뇌로 하는 일본정치종교의 핵심엘리트 ‘일본회의’의 핵심문양이다.
벚꽃은 한국이 원산지이지만 오래전에 일본에 건너가 근현대 이후 천황영토의 무궁한 팽창(천양무궁)을 위한 무수한 황국신민의 희생양의 필요에 따라 일본 일반 국민의 나라꽃 행세를 하게 됐다.
반면, 무궁화는 일본에는 오래 전부터 토착화된 식물이지만 한국에는 구한말 이전 인연이 희박한 꽃으로 근현대 이후 일제 군국주의 식민통치 일환으로써 한반도에 이식돼 한국의 나라꽃 행세를 하고 있다. 무궁화는 일제와 윤치호 등 종일매국노들에 의해 한국의 나라꽃으로 신분 세탁된 “일본의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트로이 왜꽃’이다.
더구나 무궁화는 국가(國歌)와 국장(國章), 대통령 휘장, 최고훈장,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벳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 계급장 등 한국의 거의 모든 국가상징을 지배하고 있다. 무궁화처럼 193개 유엔회원국은 물론 세계사상 한나라의 국가상징을 독점지배하는 사물은 유일무이하다. 설령 무궁화가 한국의 유일한 자생종 꽃이라도 이래서는 안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