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우리는 왜 실패하는가?

2019-09-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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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九變'…장수의 치명적 약점 열거

아집을 벗어나 혁신·포용적 행동해야

조평규 전 중국 연달그룹 수석부회장

개인이나 국가는 모두 실패보다 성공을 꿈꾼다. 왜 실패하는가? 대개의 경우는 외부의 힘이나 환경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패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패한다.

왜 성공하는 사람은 적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가? 실패하는 리더의 특성을 손자병법의 '구변(九變)'에는 장수의 치명적인 다섯가지 약점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첫째, 하나의 일에 모든 것을 걸고 죽기를 각오하고 외줄타기를 하는 사람은 실패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으로 꼽고 있다. 매사에 죽기로 덤비면 경솔해지기 쉽고 실수가 많아진다. 사업이나 프로젝트의 추진이 이거 아니면 절대로 안된다는 의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나날이 사회는 복잡해지고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현실이다. 자기를 지배하는 이념이나 가치관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은, 자기와 같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우파·좌파 등으로 나누는 경향은 점점 심해지고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대개 위선적이다.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며 도전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실패 확률이 매우 높다. 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안전해 보이는 것도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잠시만 한 눈을 팔아도 위험해지기 마련이다. 자기의 것을 지키기에만 바쁜 사람은, 가진 것마저 잃어버릴 확률이 커진다. 기업가 정신을 나타내는 '앙트프러너쉽(Entrepreneurship)'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덕목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보다 도전적이고 리스크를 즐기는 사람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어려서 하는 고생은 사서 한다는 속담이 있듯, 실패를 겁낼 필요는 없다. 실패의 경험은 자산이다.

셋째, 성격이 조급하고 쉽게 화를 내는 사람도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조급하게 서둘러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했다. 현대는 상황이나 현상을 철저히 분석하고 신중하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시대다. 즉흥적으로 조급하게 결정을 내리거나,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누구나 경험하듯이 화를 내고 나서 잠시의 시간이 지나면 대개는 후회한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 특히, 화를 잘 내는 사람 주변에는 인재가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넷째, 자신의 명예를 너무 소중 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기의 명예를 소중이 생각 하는 것은 좋은 덕에 속하지만, 명예를 목숨보다 중하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사람들은 수치스러움을 참지 못하는 결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 주변엔 무슨 사건에 연루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치욕을 참지 못하고 자결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고결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본받을 일이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부대끼며 살면서 아무리 고결한 삶을 살아도 약간의 오물은 묻기 마련이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하듯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다섯째, 모든 사람을 다 좋아하는 사람도 문제가 많다. 주변 사람을 모두를 불쌍히 여기고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은 일견 훌륭해 보이지만, 그럴 필요도 없고 그것을 실천하기도 어렵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모든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으려고 하다간, 정작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못하게 된다.

'손자병법'에서 손자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자는 이긴 다음에 전투에 임하고, 전쟁에서 패배하는 자는 먼저 싸운 다음에 승리를 추구한다 (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라고 했다. 전쟁은 싸우기 전에 이미 이긴 싸움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전투를 잘하는 자는 자기를 실패하지 않게 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적군과 싸워 이긴다고 말할 수 없다” 고 말한다. 왜냐하면 승패는 적군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내가 이길수 없는 것은 나에게 달렸고, 내가 이길수 있는 것은 적에게 달렸다(不可勝在己,可勝在敵). 다시 말해서 실패는 자기에게 달렸고, 성공 여부는 적에게 달렸다는 말이다. 실패는 다른 누구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초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몇몇 장관들을 천거하고 국민과 언론의 검증을 받고 있다. 연일 터져 나오는 부적격 보도는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이들이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고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자기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왜 이런 사람을 천거했을까? 그것은 자기들의 이념이나 가치관에 매몰돼 외골수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생각만 맞다고 생각하고, 다른 의견은 귀 담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와 이념이 맞는 사람들만 총애한다는 것은, 능력위주로 사람을 써야 하는 실사구시의 정신이 아니다. 실패하는 길을 미리 정해 놓고 그 길을 가는 것과 다름 아니다.

현 정부는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실패의 원리를 작동시키고 있다. 토착 왜구, 친일파니 하면서 국민들을 이념적으로 갈라 놓고 자기의 지지층 단결을 호소한다.  일본이나 미국과의 군사 안보전략도 국익을 생각하거나 타협적이지 않다.

적과 아군에 대한 명확한 구분도 사라졌다. 오랫동안 우호적이던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가 상당한 경색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 같은 사태의 변화는 정부가 실패하는 원리로 나라를 통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의 총리나 미국의 대통령도 비정상적인 사람들이고 문제가 많지만, 국가를 통치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사나 이념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국익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한반도는 전쟁 발발의 위험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지역이다. 특히, 한·미동맹은 우리의 운명과 직결돼 있어 가볍게 처신해서는 곤란하다.

최근 미국 대통령이나 일본의 총리, 북한의 김정은조차도 우리를 조롱하고 있다. 한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외 나무 다리 위에 서서도 안되고, 두려움을 가져서도 안된다.  조급해 할 필요도 없고, 전쟁이나 실패를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국가는 거칠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 공대(MIT) 경제학 교수와 제임스 A.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가 쓴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정치·경제제도는 발전과 번영을 가져오고, 창조적 파괴를 불러와 부와 소득, 그리고 정치권력의 재분배를 가능하게 한다” 고 주장한다.

왜 실패하는가? 이념이나 아집의 껍질속에 자기를 감추고 자기방어에 열중하고, 혁신적이고 포용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태풍이 불어오면 단단한 고목은 부러져도, 유연한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기는 해도 부러지지는 않는다. 나라를 통치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국가를 실패하지 않고 경영하는 기본 요체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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