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감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이 한국 경제에 그늘을 드리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는 일부 항목에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준치인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 업황BSI(68)는 신차 판매 증가로 자동차가 8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전자·영상·통신장비와 전기장비가 각각 11포인트, 8포인트 하락하면서 전월 대비 5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이) 뚜렷한 요인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예를 들어 전기장비 업종에서 업황 악화의 원인을 수요 둔화라고 표현한 것은 미·중 무역분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1포인트 하락한 78, 중소기업이 7포인트 하락한 59를 보였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도 각각 4포인트씩 빠졌다. 이 중 내수기업 BSI는 2009년 3월(56)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주요 IT 대기업의 수출이 부진하자 이들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던 중소기업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도 좋지 않다.
앞서 지난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5로 한 달 전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CCSI는 올해 4월 101.6까지 오른 다음 4개월 연속 하락하며 2017년 1월(92.4) 이후 최저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항목이 모두 하락했는데,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3포인트 떨어진 89로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3월(80)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가계수입전망 CSI도 2포인트 하락한 94로 2009년 4월(9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를 담은 현재경기판단 CSI는 4포인트 빠진 63이었다. 향후경기전망 CSI도 4포인트 하락한 66으로 2016년 12월(65) 이후 최저였다.
한은 측은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수출 부진에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최근 전월 대비 0%대 물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저물가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