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10개월 만에 다시 나선 고국 나들이 첫날 체면을 구겼다. 빡빡한 경기 일정과 장거리 이동, 쉴 틈 없는 행사 참여로 피곤한 기색도 역력했다. 이 탓일까. 경기도 풀리지 않았다.
고진영은 9일 제주 오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버디는 1개밖에 잡지 못했고 보기 2개를 적어내 1오버파 73타를 쳤다.
고진영은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이후 10개월 만에 KLPGA 투어 대회에 나섰다. 올해 첫 국내 대회 출전. 그사이 고진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평정했다.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 시즌 3승을 수확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LPGA 투어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등 주요 타이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고, 올해의 ‘메이저 퀸’에게 주어지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수상도 확정했다.
고진영은 지난 2주간 유럽에서 에비앙 챔피언십과 브리티시오픈 등 메이저 대회를 치르고 곧바로 장거리 이동을 해 이번 대회 개막 사흘 전 제주에 도착했다.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스폰서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쉴 틈이 없었다. 달라진 위상 탓에 대회 현장에서도 고진영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고진영은 3번 홀(파4)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쳐 첫 보기를 적어낸 뒤 지루한 파 행진을 이어가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후반 11번 홀(파5)에서 첫 버디를 낚았으나 첫날 유일하게 기록한 버디였다. 고진영은 14번 홀(파4)에서 다시 보기로 1타를 잃으며 경기를 마쳤다.
고진영은 단독 선두로 치고나간 이정민(8언더파 64타)과 9타 차까지 벌어졌다. 당장은 우승권 진입보다 컷 탈락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다만 대회 둘째 날부터 바람이 더 거세질 예정이고, 마지막 날에는 비 예보도 있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정민은 보기 없이 그림 같은 샷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낚는 최고의 하루를 보내며 2016년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3년 5개월 만에 우승 가능성을 키웠다. 김지영2가 6언더파 66타를 기록, 단독 2위에 올라 이정민을 2타 차로 추격했다.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은 박인비는 고진영과 같은 힘겨운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3위에 올라 선두 경쟁에 나섰다. 상반기 4승을 쓸어 담은 최혜진은 신인 조아연, 김아림 등과 함께 3언더파 69타로 공동 9위에 자리해 무난하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