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 소재·부품·산업이 가진 구조적 취약점을 해결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한국 제조업이 새롭게 혁신해 도약하는 기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자국보다 약하다는 자신감이 깔려있었던 만큼 이들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일(對日) 전체 무역적자 241억 달러 중 소재·부품·장비 적자는 224억 달러로 92.9%에 달했다. 또한 대일 전체 수입 546억 달러 가운데 소재·부품·장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68.0%로 상당한 수준이다.
이번 대책은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로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100대 품목의 조기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예산, 세제, 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대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점이다.
국내 기업이 소재·부품·장비를 개발해도 수요기업인 대기업이 활용하지 않는 구조를 바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또는 수요기업 간 협력모델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공급기업은 수요기업의 기술투자로드맵과 같은 정보 부족과 시제품 제작 부담, 수요기업은 양산 시험 비용과 낮은 수율 우려 등으로 협력을 꺼려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수요·공급기업 간, 수요기업 간 강력한 협력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자금, 입지, 세제, 규제특례 등을 아우르는 패키지 지원을 하기로 했다.
또 기업 맞춤형 실증을 지원하기 위해 화학연구원, 재료연구소, 세라믹기술원, 다이텍연구원 등 4대 소재 연구소를 소재·부품·장비 실증·양산 테스트베드(시험장)로 구축한다.
양산시험 후에는 신뢰성 하자 위험에 대비해 1000억원 규모의 신뢰성 보증제를 도입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간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미래차, 반도체 등 13개 소재·부품·장비 업계에서 이뤄지는 양산 설비 투자에는 입지와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핵심품목 지방 이전, 신·증설 투자는 현금보조금을 최우대 지원하기로 했다.
성 장관은 "이번 대책은 소재·부품·장비산업 자체의 특정국가 의존 탈피와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국가적 어젠다로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실천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그동안 자기가 잡은 고기를 먹지 못한 채 일본 배만 불리는 '가마우지'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앞으론 먹이를 부리주머니에 넣어와 자기 새끼에게 먹이는 펠리컨으로 바꿔 국내 전후방 산업을 살찌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