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왕 나루히토까지 국제민폐 공범으로 만들건가"

2019-08-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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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일왕, 오는 7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서명 후 공표 예고

평화 외친 나루히토 일왕의 신념, 아베 총리의 야심에 뒤엎어질 처지 놓여

이틀 남았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일왕 나루히토(德仁)까지 국제 민폐의 공범으로 만들 날까지 남은 일수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일왕도 오는 7일 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평화를 외친 일왕이 결국 동북아, 더 나아가 국제 평화의 발목을 잡는 아베의 정치적 선택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하는 등 일본의 '이기적 민폐'에 대한 책임에서 일왕도 벗어나기 힘들다는 우려의 시선이 포착된다.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아베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제공하는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절차상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7일 나루히토 일왕이 서명 후 공표하게 된다. ‘각료회의 의결→일왕 공표→21일 후 시행’ 3단계 진행으로, 오는 28일부터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시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이기적인 민폐' 행위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는 양국 간의 오랜 경제 협력과 우호 협력 관계를 훼손하는 것으로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도발을 일삼는 아베 정권에 지난 5월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의 입장도 상당히 곤궁해진 것 아니냐는 시선도 포착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1일 도쿄 지요다구 일왕 거처인 고쿄(皇居) 규덴(宮殿) 내의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린 '조현 의식(朝見の儀)'에서 국민대표로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를 축하하는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겉으론 나루히토 일왕을 우러러본다는 아베 총리여도, 실상 우리나라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으로 일왕을 곤궁한 입장에 처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는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일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고 아들인 나루히토가 제126대 일왕에 즉위했다. 그는 "아키히토 전 일왕은 30년 이상 세계 평화와 국민 행복을 기원했다"며 "상왕의 행보를 깊이 생각해 (저 역시) 국민에게 다가설 것이고 국민의 행복, 국가 발전, 세계 평화를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질서와 평화에 힘쓰겠다는 게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메시지였다. 

그러나 3개월 만에 그는 자신의 신념과 다짐과는 사뭇 방향이 다른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비단, 한·일 간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에 걸친 경색국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중국·러시아·한국·북한·일본 등 동북아 안보 지형을 뒤흔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픈 아베 정부의 야심을 실현할 수 있는 단초가 이번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물론 나루히토 일왕은 헌법에 따라 국정에 개입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아베 정부가 국제 무역 질서와 평화를 교란하지 않도록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를 논할 수 있는 기회를 일본 스스로 걷어찰 수 있는 만큼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선택은 일본 사회에서 일왕의 정치적 위치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로도 평가된다. 즉위한 지 3개월된 일왕 역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일본사회에 정통한 한 일본학 교수는 "(신원 비공개를 전제로) 가능성은 낮더라도 오는 7일 일왕의 서명을 미루게 하는 등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며 "보수 정부 탓에 경색 국면으로 치닫게 될 한·일 관계를 해결하는 데 일왕이 평화를 전제로 나선다면 일본 국민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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