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홍콩 - 질곡의 역사, 험난한 미래

2019-07-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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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교수]


홍콩 정부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지역으로 범죄 용의자를 넘길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 제정을 시도하면서 촉발된 송환법 제정 반대 시위가 7주째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의 행정수반인 캐리 람 장관이 시민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송환법은 죽었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21일 시위에는 시위대가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중앙인민정부 홍콩특별행정구 연락판공실을 에워싸고 반중(反中) 구호와 함께 중국정부 휘장을 훼손하는 등 당초 송환법 조례 공식 철회, 캐리 람 장관 사퇴, 경찰 폭력 진압 진상 조사 요구가 직접 중국 정부를 겨냥하는 반중 운동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범죄 용의자를 해당 지역에 인도하겠다는 송환법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홍콩 시민들은 중국이 이 법을 빌미로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홍콩의 민주 인사들이나 정치인들 탄압에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3월 31일, 이 시위가 시작될 당시에는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6월 9일 무려 100만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본격 참여하고, 일부 시위대가 입법회를 기습 점거하는 등 장기화 조짐도 보인다. 이에 따라 홍콩 경찰의 진압 강도와 중국 중앙정부의 대응도 강경해지고 있다. 급기야 친중(親中)과 반중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친중 세력에 의한 테러로 의심되는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아편전쟁(鴉片戰爭) 이후 체결된 난징(南京)조약으로 영국에 할양된 홍콩은 1997년 6월 30일, 150년에 걸친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났다. 홍콩이 불평등 조약에 의해 영국에게 강탈당했기 때문에 반환(返還)이 아니라 회귀(回歸)한 것이라는 중국의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홍콩의 주권 회복은 서구 제국주의의 마지막 세력이 사라지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1978년 말 개혁개방을 천명하고, 1979년 미국과 수교한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은 홍콩 접수와 더불어 향후 대만(臺灣)을 통일해 위대한 중국 건설의 시금석을 쌓고자 했다. 1984년, 중국의 자오쯔양(趙紫陽) 총리는 덩샤오핑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구상을 가지고 당시 영국의 마거리트 대처 총리와 ‘홍콩 문제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1990년 4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적어도 50년간은 홍콩의 자유민주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일국양제,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라는 항인치항(港人治港), 외교·국방권은 제외하지만 종심권(終審權)을 보장하는 고도의 자치(高度自治)를 기본으로 한 홍콩특별행정부 기본법(The Basic Law of Hong Kong)을 제정했다. 당연히 홍콩기본법의 최종해석권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있다. 2014년에 발표된 ‘홍콩 특구의 일국양제 실천 백서’에 의해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대한 전면적 관할권 선포로 일국양제는 좌초하고 있고, 2017년의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나 2020년의 입법회 직선제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은 그동안 국가보안법에 해당하는 안전법 제정이나 홍콩의 중국화를 강조하는 교과서 개정 등을 내세우면서 민주·자유의 유지를 갈망하던 홍콩시민들과 각을 세워왔다.

전 중국의 관문이었던 홍콩은 이제 광둥(廣東)성의 한 도시로 광둥성과 마카오를 잇는 대완취(大灣區/Big Bay Area)의 일분자가 되었다. 지난 22년 간 홍콩은 중국과 연계된 사업가나 본토에서 건너온 차이나 머니의 유입, 홍콩 젊은이들을 고용하지 않는 중국 기업, 그리고 수많은 본토인들의 이주로 부동산 폭등 등 사회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대부분이 청년들인 2014년의 우산혁명이나 올해의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은 갈수록 중국화되는 홍콩에서 자신들의 미래는 절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나면 홍콩의 민주주의는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으며 이번 시위도 이러한 본질의 연장선상에서 표출되는 것이다.

힘으로 중국을 극복할 수는 없지만 홍콩의 외침은 파장이 크다. 첨예한 무역 분쟁의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시민들의 민주열기를 강조했으며, 중국의 압박에 시달리는 대만의 조야는 홍콩을 실패한 일국양제 모델의 표본으로 간주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직접적 개입을 자제하고 있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홍콩 문제 처리를 둘러싸고 정치적 내부 압박에 직면할 수도 있다. 사회적 제어세력이나 지도부 없는 시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지도부도 행정장관에게 해결을 종용하고 시민들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당초의 약속을 우선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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