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가 19일(한국시간) 개막하는 제148회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대회 재대결을 벌인다. 대회를 앞두고 우즈와 켑카는 팽팽한 장외 신경전을 벌이며 우승 경쟁을 예고했다.
우즈는 대회 개막에 앞서 17일 영국 북아일랜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열린 디 오픈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우즈가 최근 켑카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느꼈던 일화를 소개해 화제가 됐다.
우즈의 연습라운드 제안에는 경쟁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속내가 숨어 있었다. 올해 디 오픈 장소는 1951년 이후 무려 68년 만에 다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으로 정해졌다. 2012년 유러피언투어 아일랜드오픈을 개최했던 장소. 하지만 당시 우즈는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이 코스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올해 디 오픈에서 처음 공을 쳐야 하는 우즈가 켑카에게 손을 내민 건 그의 캐디 때문이다.
켑카의 캐디인 리키 엘리엇은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로열 포트러시 골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엘리엇은 주니어 선수 시절 이 코스에서 열린 대회에도 출전했던 경험자였다. 켑타가 굳이 디 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펼쳐야 하는 우즈에게 코스 공략 방법을 알려주는 배려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우즈와 켑카는 5월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1‧2라운드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결과는 우즈의 완패였다. 켑카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우즈는 어수선한 경기로 컷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올해 마스터스를 제패한 우즈는 메이저 대회 통산 15승을 달성한 살아있는 현역 전설이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 제왕’이 켑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켑카는 2017년 US오픈, 지난해 US오픈과 PG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올해 PGA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최근 10차례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컵 4개를 가져가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또 올해 열린 PGA 챔피언십을 외에도 마스터스와 US오픈 준우승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현재 세계랭킹 1위도 켑카다. 우즈가 한 수 접고 켑카에게 연습라운드를 제안한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인 셈이다.
켑카는 이번 대회에서 2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투어 사상 최초로 한 시즌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 또는 준우승으로 장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켑카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대회다.
켑카는 “올해 좋은 성적을 냈지만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하는 입장에서 2위는 만족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또 켑카는 캐디 엘리엇에 대한 각별한 마음도 담았다. 켑타는 “엘리엇이 이곳에서 자라면서 여기서 이 대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여기에서 우승한다면 그보다 더 멋진 장면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