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정부는 전격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즉각 선거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급기야 지난 5일 마이니치신문은 집권 자민당 간부의 말을 인용해 “후보자들에게 연설 등에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언급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 때리기 효과는 아직 미미해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과반수 국민들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되레 하락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2~14일 18세 이상 유권자 2만68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9%를 기록했다고 15일 전했다. 이는 지난달 28~30일 조사 당시 56%보다 7%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월례 여론조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 조사지만, 최근 일본 현지언론들의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이미 6월 말부터 하락세였다. NHK가 지난달 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주 전 조사에 비해 6%포인트나 하락했다. 자민당의 지지율도 5.1%포인트 떨어졌다. 석간 후지신문은 당시 "최근 NHK 여론조사 결과가 나가타초(일본 정치중심지)에 충격을 줬다"면서 "내각·자민당 지지율 동반 급락은 정부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TBS 계열 매체 JNN이 6~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자민당의 지지율은 조사 일주일 전에 비해 7.3%포인트 떨어진 33.7%를 기록했다. 내각 지지율은 58.7%를 기록하면서 일주일 전의 59.1%에서 소폭 떨어졌다.
일본 현지 언론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증세를 비롯해 '2000만 엔(약 2억원) 논란'이 불거진 국민연금 불신 등 국내 문제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일본 금융청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노후 안정적 재정생활을 위해서는 공적연금 외에 2000만엔의 노후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을 실어 논란을 일으켰다.
실제 지난달 NHK 여론조사 당시 참의원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로는 사회보장이 34%로 1위를 차지했으며, 뒤를 이어 경제정책(21%), 소비세(20%) 등 국내 이슈가 주를 이뤘다. 외교안보와 헌법개정을 꼽은 이들은 각각 8%, 7%에 불과했다.
JNN 여론조사에서도 연금·의료 등 사회보장이 61%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고 저출산·고령화 대책 (45%), 소비세 (34%)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또 국가의 연금 제도에 대해서는 불안하다고 답한 이들이 82%에 달하면서 국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소비세 증세에 반대하는 이들도 5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