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은 최근 학계와 월가,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는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y Theory)'을 담았다는 데 있다. MMT를 주도해 온 윌리엄 미첼 호주 뉴캐슬대 교수, 같은 학교 마틴 와츠 교수, 랜달 레이 미국 바드컬리지 교수가 썼다.
책에 대한 관심으로 보자면 주류 경제학에서 '이단'으로 괄시받던 MMT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재정적자 걱정말고 돈 찍어라?
이 이론에서 가장 '도발적'인 부분은 "자국 통화를 가진 나라는 재정적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국 통화를 가진 나라의 정부는 경기 부양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적자에 얽매이지 말고 돈을 계속 찍어내도 된다. 과도한 인플레이션만 없으면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져도 무방하며, 만일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 같으면 세금을 올려 통화량을 줄이면 된다는 논리다. 돈을 찍어낼 수 있다면 원칙적으로 정부가 파산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돈을 마구 풀면 물가 급등, 재정적자 증가, 국가 신용등급 추락으로 이어져 되려 경제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주류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MMT 학파가 1930년대 대공황 극복을 위한 처방으로 정부의 과감한 경기 부양을 강조한 케인스의 '적자(嫡子)'를 자처하지만 수십년째 '서자(庶子)' 취급을 받는 이유다.
대표적인 '케인스의 후예'로 꼽히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MMT는 '오류투성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머스 전 장관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MMT는 "'공짜 점심'이 있다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MMT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MMT 논란 배경엔 통화부양 한계론
주류 경제학자들의 반박에도 최근 MMT가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위기 탈출을 주도하고 있지만 뚜렷한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서다.
중앙은행의 막대한 통화부양책이 수년째 이어졌지만 세계는 여전히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중앙은행들도 금리인상이나 양적긴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엔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제둔화 우려에 중앙은행들이 다시 부양 채비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가 2.25~2.5%에 그치고, ECB는 제로금리에,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다음 침체가 도래할 때 중앙은행의 대응 여지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결국 성장과 일자리를 위해 정부가 돈이라도 풀어서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 통화부양책의 혜택이 경제 전반에 골고루 분배되지 않아 소득 불균형만 심해지고,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소득 불균형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특단의 대책으로 거론되는 게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집행이다.
지난달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가 "금융위기 때 중앙은행의 통화부양책이 좋은 투자를 유발하지 못한 채 고액 자산가만 도왔다"고 주장한 게 이런 맥락이다. 그는 "미국이 결국 새 통화정책으로 MMT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룸버그는 이미 MMT를 진행 중인지 모른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거나 채권시장에서 금리를 급등시키지 않고 감세와 지출증대를 통해 재정적자를 늘려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9회계연도 첫 8개월(2018년 10월~2019년 5월) 동안 미국 재정적자는 7386억 달러(약 875조원)로 전년 동기비 38.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